교역국 통화와 비교한 엔화의 실질 가치가 지난 1973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화 가치가 명목상 하락한 것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로 수출 경합국인 우리나라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무역상대국 통화 대비 엔화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4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2010년을 100으로 기준 삼아 교역물량과 물가수준 등을 감안해 산출하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70.88을 기록, 1973년 1월 68.88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문은 "이달 들어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실질실효환율은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엔화 가치는 5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한때 121.69엔까지 떨어져 7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실질실효환율이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이유는 일본과 교역량이 많은 국가의 통화가치가 과거에 비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엔화의 명목상 가치는 달러당 120엔대에 진입하며 약 7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1973년 1월 달러당 300엔대였던 데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반면 실질실효환율은 중국·한국 등 일본과 교역량이 많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40여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교역국에 비해 일본의 낮은 물가상승률도 실질실효 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일본의 대외 교역 경쟁력은 명목상의 환율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특히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엔화 약세와 자국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지난 40년간 가장 유리한 가격에 쇼핑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현지 생산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출 구조 때문에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반면 원전가동 중단 이후 원자재 수입 기업들에 실질적인 부담은 커졌다는 게 일본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교역상의 엔화 가치가 4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경합국인 한국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그만큼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하락으로 한국 제품은 단기적으로 수출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마저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