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의 목소리

재계의 정치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록 화법(話法)은 완곡했지만 일종의 충고나 다름없었다. 손병두(孫炳斗) 상근 부회장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어느 때보다도 경제활성화에 협력해야 할 시점에서 정치권이 정쟁(政爭)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또 『21세기에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에 정치권이 안정을 도모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 ·사회도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우리의 정치풍토는 기업경영에 최악의 환경이다. 정치권이야말로 퇴출 대상 제1호인 셈이다. 재계의 지적은 백번 옳은 말이다.그러나 재계의 목소리 가운데 부채비율 축소 보완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전경련은 세가지 방안을 마련, 이를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첫째는 현재의 부채비율 산정기준을 유지하되 시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 둘째는 현재의 산정기준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은행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수정해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 셋째는 시한을 유지하되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의 적용제외·자본금에 대한 시가평가 등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채비율 200% 이내 축소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재계가 목소리를 높여 「동반 자성론」을 제기한 사정도 이해가 간다. 정치권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었던 상황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과의 지나친 유착이 거꾸로 재계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어떻든 부채비율 축소 약속만큼은 지켜져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불러온 책임의 한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다음은 정부의 공정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재계의 목소리에 조금은 고민하는 흔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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