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대에서 ‘코리안 루트의 새 지평’이라는 주제의 특별연설을 통해 “유럽을 하나로 만든 원동력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독도 문제와 위안부 등 과거사로 갈등을 겪는 한일 관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를 만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공감하며 독도를 둘러싼 갈등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는 등 오히려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에는 역사 인식과 성찰의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20세기 초반까지 분쟁과 갈등을 겪던 북유럽 국가가 100년 가까이 평화를 유지해온 이른바 ‘노르딕 피스(Nordic Peace)’ 현상을 거론하며 “역사적ㆍ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정치경제적 상황이 달라도 인류 보편의 윤리와 도덕은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에 대해 “국력을 소진해가며 군사력만 키워온 북한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결해서 이기려는 목적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전세계가 북한을 도울 것”이라며 “이는 북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운명의식 아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노르웨이와 북극 지역 환경보전과 자원개발을 위해 세대를 뛰어넘는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노르웨이 방문을 포함해 북극 지역 순방에 대해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방문을 통해 친환경적 자원개발 협력과 북극 신항로 해운 협력 등 기후변화 시대에 북극이라는 새로운 기회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코리안 루트 개척의 선언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