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취임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49) 이란 대통령이 독설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서방권의 옷차림이라는 이유로 이란의 다른 세속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항상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대중 앞에 서는 그는 호리호리한 체구로 인해 단아한 인상을 풍기지만 그가 입을 열면 이슬람권과 대립하는 서방국가들과 이스라엘은 긴장한다. 독기(毒氣)가 서려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적인 언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서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그런 독설에 대해 일국의 대통령이 하는 말 치고는 거칠다는 지적도 있지만 "할 말을 속시원하게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첫 독설은 지난해 10월26일 이스라엘에 대한 자폭테러가 발생한 직후 나왔다.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없애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는 당시 "팔레스타인들의 의지 속에 일고 있는 새로운 물결이 이슬람 세계의 얼굴에 남아 있는 오점을 제거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렇게 말했다. 새로운 물결이란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오점은 이스라엘을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과 서방권이 일제히 반발하자 "내 발언을 비난하는 것은 자유"라고 태연하게 반응했다. 그는 그해 12월14일에는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서 완성된 이스라엘 건국운동에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확산시킨 촉매가 됐던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일종의 신화(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그들(유럽인들)은 홀로코스트란 이름의 신화를 창조했다"며 유럽인들이 실제로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다면 그 업보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돌리지 말고 유럽, 미국, 캐나다 또는 알래스카의 땅 일부를내줘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국가를 세우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홀로코스트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유럽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책임을 지라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 지난 14일 테헤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원 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며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은 한차례의 폭풍이 닥치면 제거될 썩고 마른 나무"라고 발언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미국을 염두에 둔 독설도 이어지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라늄 농축 성공 사실을 발표한 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세계가 보인 반응과 관련, "이란이 핵 주기를 완성하는 것에 화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줄 말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 말은 바로 "화를 내다 화병(火病)으로 죽으라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또 18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이란 군은 이제 강력한 군대로 컸다면서 "어떠한 침략자라도 손목을 잘라버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치욕의 표징을 새길 수 있게 됐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