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핵심은 사람과 긍지입니다. 그동안 벤처에 대한 비판은 ‘과잉’이었습니다. 벤처기업인들은 꿈과 실패를 먹고 사는 사람들 입니다. 이들에게 의욕과 사기가 없다면 버텨나갈 힘이 없습니다. 벤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부의 벤처 재도약정책은 바람직합니다.”(산업연구원 주 현 연구위원)
벤처붐은 2001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 지금까지도 조정기를 겪고 있다. 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벤처를 ‘사기나 다름없는 업태’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벤처업계는 그동안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 거품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코스닥시장과 벤처캐피털 시장,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되면서 거품많은 기업, 취약한 기업들은 이미 많이 무너졌다. 중기청에서 확인한 벤처기업수도 지난 2001년말 1만1,392개를 정점으로 추락, 지난해 말에는 7,702개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벤처 지원책이 직접적인 자금지원이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0~2001년 처럼 과도한 자금지원으로 ‘부실벤처’에 까지 자금이 흘러 들어 결국 거품을 키우면서 시장과 투자자 모두를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에서도 프라이머리-CBO와 같이 직접적으로 자금지원을 해 달라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벤처기업을 둘러싼 각종 시장, 환경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시장, 벤처캐피털등의 자금지원, 컨설팅, 인력조달,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등 시장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직접적인 자금지원 대신 벤처기업과 그 주변의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시장에 의해 검증 받은 기업이,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시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과 벤처업계는 재정경제부의 통합거래소 방침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 상장사의 거래소시장과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엄연히 속성이 다른데 이를 통합할 경우 벤처기업과 기술주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협회 곽성신 회장(우리기술투자 사장)은 “통합거래소가 될 경우 코스닥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독립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조영삼 연구위원 역시 “벤처기업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술주 시장의 독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벤처업계는 ▦벤처기업특별조치법 연장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도 도입 ▦창투사 벤처펀드 만기연장 등을 요청하고 있다.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혁신주도형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고 강소국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7년 종료되는 벤처기업특별조치법을 2012년까지 연장하고 벤처확인제도도 2010년까지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웨이브 전하진 사장은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특정제품을 개발하면 정부에서 얼마에 구매해주겠다고 사전에 약속하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도’가 벤처기업에 자극과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