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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4위에 머문 브라질… 피파마피아 각본 수정 때문?

'피파 마피아' 책으로 본 '검은 손' 어디로 갔나

카타르 뇌물스캔들로 눈치 보이고 남미·유럽 4강 황금분할 흥행 성공

개최국 우승 장난칠 필요성 못 느껴

삼바축구 급격한 경기력 추락에 미처 손을 쓸 시간도 없었을 듯


갖은 부정부패로 '마피아'로까지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ㆍ피파). 경기를 조종하던 그들의 '검은 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최근 불거진 뇌물 추문에 잠시 숨은 것일까, 아니면 이번 대회 양상이 그들이 개입할 여지를 없앤 것일까.

브라질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 1대7로 기록적 참패를 당한 브라질이 '미네이랑의 비극(4강전 경기장소)' 뒤 4일 만에 또 졌다. 3·4위전 '무용론'을 펼친 루이스 판할 감독의 네덜란드를 맞아 13일(한국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4강전 뒤 경기장은 눈물바다였지만 이날은 야유만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두 번이나 대표팀에 '배신'당한 브라질 국민에게는 눈물을 흘리거나 욕을 퍼부을 애정도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수들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브라질은 FIFA의 계획대로라면 최소 결승에는 올랐어야 한다. 20년간 FIFA를 취재한 독일 저널리스트 토마스 키스트너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 '피파마피아(돌베개)'에서 "FIFA는 늘 개최국이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며왔다. 대회 분위기는 물론이고 돈벌이도 좋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개최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예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한국의 4강 진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선수들의 투혼과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만든 쾌거지만 해외의 시각은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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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4강에 들기는 했지만 마지막 2경기 내용이 너무 나빴다. 대회 분위기는 FIFA가 바라던 시나리오와 다르게 움직였다. FIFA가 정말 납작 엎드린 것이라면 그 원인은 카타르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가 대회 유치를 위해 500만달러의 뇌물을 FIFA 관계자들에게 건넸다는 영국 언론의 '핵폭탄급' 보도가 최근 터졌다. FIFA는 자체조사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 구체적 정황과 증거가 워낙 뚜렷해 덮어놓고 부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도가 나온 시점은 월드컵 개막을 불과 10여일 앞둔 지난달 초였다. '카타르 스캔들'로 FIFA에 대한 전 세계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월드컵에 개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4강이 유럽 두 팀과 개최국을 포함한 남미 두 팀으로 '황금분할'이 이뤄지면서 FIFA가 더 이상 '장난'을 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브라질을 4강까지만 올려놓고 손을 놓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표팀 구성상 그렇게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던 브라질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선제골을 얻어맞았지만 후한 페널티킥 판정 덕에 이길 수 있었다. 2차전에서는 멕시코가 골을 넣자 두 번이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브라질에 유리해 보이는 판정은 8강전까지 몇 차례 더 있었다.

브라질이 예고도 없이 급격하게 주저앉는 바람에 FIFA가 미처 개입할 틈도 없이 경기가 기울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4강에서 브라질은 6분 사이 4골을 허용했고 3위 결정전에서는 3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내줬다.

브라질 국민은 "우승도 못할 월드컵을 뭐하러 개최했느냐"며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학교나 병원을 짓는 데 들여야 할 11조원을 월드컵에 쏟아붓고는 이기지도 못했다는 원망이다. 브라질은 강력한 '월드컵 후폭풍'에 직면했지만 FIFA는 돈 셀 일만 남았다. 이번 대회로 4조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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