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자ㆍ배급업계 부동의 1위인 CJ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추석에도 눈에 띄는 영화를 내놓지 않으면서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올 추석 뿐만 아니라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년여간 설ㆍ추석 명절에 경쟁사에 비해 변변한 흥행작을 못하면서 업계 1위의 지위를 무색하게 하는, 반갑지 않은 ‘명절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올 추석시즌 CJ엔터테인먼트가 내세우는 작품은 9일 개봉 예정인 스릴러물 ‘나이트 플라이트’. 3만피트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두 남녀의 로맨틱한 만남이 공포스런 악연으로 돌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로서는 올 추석의 한국영화 삼총사인 ‘외출’ ‘형사 듀얼리스트’ ‘가문의 위기’에는 물론, ‘찰리와 초콜릿공장’ ‘더 독’ ‘신데렐라 맨’ 등 눈길을 끄는 외화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의 전국 상영관은 160여개. 쇼박스의 ‘가문의 위기’가 전국 430개 스크린에서 물량공세를 퍼붓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흥행을 기대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CJ와 명절의 악연이 이번만은 아니다. 올해 설엔 10ㆍ26을 다뤄 화제가 됐던 ‘그 때 그 사람들’에 제작비의 20%를 투자하며 배급하기로 했지만, 영화 내용에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와 배급을 모두 포기하며 손을 뗐었다.
지난해 추석엔 싸이더스가 제작한 ‘슈퍼스타 감사용’을 개봉했지만 전국관객 81만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지난해 설엔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가 전국 3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1,000만 관객 돌풍에 가려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과거 ‘공동경비구역 JSA’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으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명절 재미를 톡톡히 본 CJ이기에 최근의 명절 흥행 부진은 더욱 커 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연휴가 짧아 사실상 평소 주말과 다를 게 없어 성수기 재미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고부동한 업계 1위 입장에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대목 한탕을 겨냥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한편 CJ는 추석 연휴을 건너뛴 오는 23일 전도연ㆍ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올 가을 본격 흥행몰이에 나선다는 태세다. 이후 10월 멜로물인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연말엔 장동건ㆍ이정재 주연, 곽경택 감독의 화제작 ‘태풍’으로 라인업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