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19일로 꼭 1년이 남았다. 정확히 365일간의 레이스 후 내년 12월19일 한 번의 승부로 정권의 향배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사적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유례없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들이 피부로 겪는 체감 경기가 매우 어려워 1년 남은 대선은 그야말로 국운을 가를 선거전이 될 전망이다. 우선 지난 1997년 여야 수평적 정권 교체 후 내리 두 번을 집권한 진보 세력과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으려는 보수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7대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돼 한국 정치사에 전기가 마련된 지 20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대선으로부터 불과 4개월 후에 18대 총선이 예정돼 있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총선 승리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많아 여야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17대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와 안보가 될 것이라는 데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 일치한다. 대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부동산, 일자리 창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 등 먹고 사는 문제와 북한 핵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 위기, 남북간 교류 협력, 한미동맹 등 안보의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쪽이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치적 변수 또한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여권의 정계개편 성공 여부와 한나라당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핵심 변수다. 일단 한나라당 내에서는 전체 지지율 1ㆍ2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두 명의 강력한 야당 후보가 맞대결을 벌인 것은 87년 대선 당시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양 강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지 여부가 당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실제 경선 불복 탓에 본선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사정은 더욱 불확실해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여 만에 사실상 해체를 향한 길을 걷고 있고, 고 건 전 총리와 민주당, 제3세력의 합종연횡을 통한 통합신당의 창당 움직임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끝내 분당하게 되는 경우 새로 만들어질 통합신당과 소수화 된 여당이 각자 독자후보를 선출한 뒤 대선 본선을 앞두고 극적으로 연대를 이뤄낼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변수까지 거론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 등을 내세우며 임기 중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특히 대통령과 가까운 정당이 대선에 참여하게 되면 청와대의 움직임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