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 창업주이자 대표적인 개성 출신 경제인으로 꼽혔던 임광정 회장이 26일 서울대학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다.
지난 1919년 4월 27일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난 임 회장은 1936년 개성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전쟁 시기 월남해 맨손으로 기업을 일궜다.
이후 임 회장은 1961년 한국화장품을, 1989년 한불화장품을 세워 지난 2003년 작고한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과 더불어 국내 화장품 산업을 이끌어 왔다.
임 회장은 여러 분야에서 근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던 1960년대 '화장품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모토로 내걸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한국화장품 창업 직후 출시한 남성용 화장품 '단학 포마드'를 앞세운 브랜드 '쥬단학'으로 1960~1970년대 화장품 시장을 선도했으며 1990년에는 브랜드 '템테이션'을 출시하며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스포츠 스타인 탁구선수 현정화씨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혁신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임 회장은 지난 2006년 '잇츠스킨'으로 브랜드숍 시장에도 진출하며 1세대 경영인으로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는 '부지런은 반복(半福)이다'라는 생활신조를 좌우명으로 삼고 노환으로 활동이 어려워진 때에도 경영을 시작했던 당시의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고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임 회장은 국내 체육문화 발전에도 상당한 힘을 쏟았다.
고인이 국내 농구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75년 창단한 한국화장품 여자 농구단은 이후 미국 LA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업야구단 창단(1974년), 실업여자 탁구단 창단(1987년) 등도 그가 체육계에 남긴 굵직한 업적들이다. 아울러 임 회장은 대한야구협회 회장과 아시아 야구연맹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감사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 아들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 임현철 한불화장품 부회장, 임병철 한불화장품 대표이사 사장, 임성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29일 오전8시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 공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