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4일] G20 밖 또다른 위협, 유로화

지난 주요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총재 회의는 '환율전쟁'의 원인인 세계적인 국제수지의 불균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공조의 틀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남은 문제는 적지 않다. 미국의 경상수지를 개선하면서 중국의 성장리듬에 타격을 주지 않는 적정환율과 정책공조 방안을 합의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국제수지(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를 줄이게 되면 국제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는 문제(트리핀 딜레마)도 여전히 존재한다. 단일통화제도 현실 반영 미흡 따라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경주회의의 합의를 뛰어넘는 포괄적인 대안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G20 회의의 논의 대상 바깥에 또 다른 위협이 있다. 유로존 내부의 위기이다. 지난 1999년에 탄생한 유로 단일통화의 설계자들은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회원국 경제의 대외경쟁력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해 회원 간 경상수지가 균형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11년간의 현실은 기대와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스페인은 1999년 국내총생산(GDP)대비 역내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2.9%이었지만 2008년에는 -9.7%까지 심화됐고, 프랑스는 같은 기간 동안 2.6%에서 -1.9%로 하락했다. 반면 독일은 -1.3%에서 무려 6.7%로 증가했다. 그 외 국가들도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는데 스페인 유형, 프랑스 유형, 독일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로 단일통화제도를 뒷받침한 경제이론의 전제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탄생은 먼델(Mundell)의 '최적통화지역이론(1961)'을 시원으로 한다. 이 이론은 단일통화지역 내의 무역자유화와 자본 및 노동의 완벽에 가까운 이동성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하에서는 자본과 노동이 자기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이동함에 따라 지역 내의 가격 및 임금ㆍ생산성이 동일해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한 주(state)에서 고용이 줄면 고용사정이 좋은 다른 주로 노동력이 쉽게 이동한다. 그러나 유로지역의 경우 특정 나라에서 실업률이 증가해도 경기가 좋은 다른 나라로 노동력은 거의 이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각국 간 임금격차가 사라지지 않았다. 임금이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단일통화지역 내에서 국가별 임금과 물가ㆍ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지속되면서 회원국 간 대외경쟁력은 큰 격차를 보였다. 회원국 간 환율은 사라졌지만 차별적인 물가수준으로 실질실효환율의 차이가 발생해 가격 경쟁력의 차이가 발생했다. 1999년의 실질실효환율을 100으로 했을 경우 2009년 독일의 실질실효환율은 93.58, 프랑스 96.98, 스페인 109.14로 나타났다. 그리고 생산성 격차의 지속, 기업에 대한 조세제도의 차이 등에 의해서도 경쟁력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처럼 회원국이 환율정책을 사용할 수 없고 경제의 자동적인 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조건에서는 연방국가 수준의 중앙 재정(약50%)에 의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로의 설계자들은 연방적 예산제도의 확립 없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국가부채 비율 60%를 규정하는 데 그쳤다. 경쟁력 격차 해결안 마련 시급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원인을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돌리는 것은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다. 남부 유럽의 경우 대외경쟁력에 비해 유로화가 너무 높게 평가돼 역내 및 역외에서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최근 들어 유럽의 지도자들은 유럽통화기금(Europena Monetary Fund)의 창설, 재정적자 한도 확대와 함께 재정지출 감독 체계의 강화 등을 보완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근본 문제인 회원국 간 대외경쟁력의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위기의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로화의 위기는 G20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은 아니지만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위협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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