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관제분야 조사를 한 결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접근을 하는 동안 관제기관에서 조종사에게 어떤 경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행기는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든 운항과정 중 관제서비스를 받으며 특히 착륙 시에 관제사는 비행기에 고도와 각도, 방향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나기가 공항에 충돌하기 전 34초부터 정상 궤도보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속도도 현격하게 떨어졌지만 관제탑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경고 자체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관제탑의 과실 여부를 따질 수 없다. 관제사가 비행기에 착륙 허가를 하면 그 뒤부터는 조종사가 책임지고 비행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비행기 착륙과정에도) 관제사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다"며 "(사고 당시) 관제사의 직무 범위와 충실도, 임무 수행과정을 정밀 조사하면 책임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착륙 직전 강한 불빛 때문에 잠시 눈이 안보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데버러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고조사 내용 브리핑에서 "이 기장은 충돌 34초를 앞두고 500피트(약 152m) 상공에 도달했을 때 지상에서 비춘 강한 불빛을 보고 잠시 눈이 안보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기장들이 비행기 고도와 속도가 너무 낮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도 바로 이때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 불빛이 어떤 불빛이냐는 질문에 아직 분명하지 않으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관제사의 침묵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 등 조종 외적인 부분에 대한 특이점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미 조사당국은 여전히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항공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비행기의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오토스로틀(자동출력제어장치)'이 고장 났더라도 조종사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는 조종석 안에 있는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앞선 조사에서 사고 항공기 조종사들은 착륙 전 오토스로틀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미 당국은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비행기의 오토스로틀은 켜져 있었지만 실제 작동했는지, 고장이 났는지 등은 블랙박스 정밀 분석이 끝나야 확인할 수 있다.
조종사 조합을 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사고기를 조종한 이 기장이 보잉777기를 10차례에 걸쳐 약 35시간만 운항했다면서 조종 경험 부족을 부각시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또 교관 비행을 맡은 이정민 부기장이 '교관 기장(역)'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2009년 엔진이 고장이 난 여객기를 뉴욕 허드슨강에 성공적으로 비상 착륙시킨 것으로 유명한 제프 스카일스 당시 부기장은 "조종 교육만 잘 받았다면 새로운 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와 교관 기장을 처음 하는 부기장의 조합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NTSB는 추가로 항공기 비상사태 때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을 탈출시켜야 하지만 비행기가 멈춰선 후 기장이 관제탑과 교신하는 등 상황을 살피는 과정에서 90초 이후 승객 탈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NTSB 발표에는 승객 탈출이 '지연'됐다는 단어는 없으며 진행상황을 종합해볼 때 승무원들은 충실하게 자기 직무를 수행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떨어져나간 동체 꼬리 부분을 통해 밖으로 튕겨나간 승무원은 당초 알려진 2명이 아닌 3명이라는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3명 가운데 의식불명에 빠졌던 태국인 승무원 시리팁(25)씨는 현재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현재 시리팁씨와 한국인 탑승객 3명을 비롯한 입원환자는 총 23명이다.
11일(한국시간) 귀국한 사고기 탑승객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8명이 한국에 돌아왔으며 선임 승무원 이윤혜(40)씨 등 6명의 승무원도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