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제중은 입시 비리 복마전

성적 조작하고 개인별 채점표 무단으로 폐기<br>서울교육청, 영훈중 교감 등 11명 검찰 고발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영훈·대원국제중 교육청 감사 발표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관선이사 파견과 국제중 승인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국제중학교의 입시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영훈학원과 대원학원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입학생 선발 시 성적을 조작하고 개인 채점표를 무단으로 폐기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영훈중은 특정학생을 합격시키거나 탈락시키기 위해 23점(총 100점 만점)에 달하는 주관적 영역의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탈락시키기 위해 이 영역의 점수를 최하점인 1점으로 조작하고 내정한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이 영역에 만점을 주기도 했다. 만점을 받고도 합격권에 들지 못한 경우에는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억지로 낮춰 내정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대원중은 신입생 특별전형에서 탈락해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없는 15명을 합격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또 두 학교 모두 입학전형 서류 심사 시 이름과 수험번호 등 인적사항을 가리지 않거나 심사자가 기록한 개인별 채점표를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 개인별 채점표는 통상 3년간 보관하기 때문에 성적조작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중 입학 논란을 일으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부정입학자였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영훈중의 경우 1,193명의 지원자 중 11명이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이 중 3명은 비경제적배려대상자로 합격했다"면서도 이 부회장 아들이 이에 포함됐는지를 묻자 "특정인에 대한 정보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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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입학전형 관련 성적 조작 등의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영훈중 교감 등 관계자 11명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영훈학원 관계자 10명과 대원학원 관계자 3명을 징계할 것을 각 학교법인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제중에 대한 교육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봐주기 감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중 비리의 핵심은 편입학ㆍ뒷돈입학 비리인데 이 부분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원의 경우 비리가 훨씬 심각하다는 학부모들의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에게 경고 조치밖에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중 인가 취소의 경우 조 감사관은 "국제중 인가 취소는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된 경우에 한해서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지금 감사결과 드러난 문제가 많다고 해서 국제중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정입학 학생의 입학취소에 대해서도 조 감사관은 "(검찰에서) 성적 조작 전모가 밝혀지면 그때 입학취소 등에 관한 학칙에 따라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도 "학생 본인이 부정 입학에 연루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부모가 주로 저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입학에 연루된 학부모의 처분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까지는 감사 권한이 미치지 않는다"며 "그 부분에 관련해서는 그쪽(검찰)이 확인할 거라 믿는다"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교육청은 부유층이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데 이어 2,000만원 편입학 뒷돈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지난 3월8일부터 4월12일까지 영훈ㆍ대원학원과 소속 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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