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경선 이념논쟁속 이회장도 '색깔론' 제기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가 3일 대선후보 출마선언과 함께 첫 화두로 '색깔론'을 들고 나와 대선정국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 전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민주당 정권과 노무현 후보를 향해 색깔공세에 나섰다.
따라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선두 주자인 이인제ㆍ노무현 고문이 본격적인 이념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총재가 가세함으로써 정치권 전체가 이념ㆍ노선 공방에 휩싸고있다.
■ 정치권 보혁대결 구도 확산
이 전 총재의 색깔발언으로 정치권 대선구도는 보혁대결로 갈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인제 고문이 노무현 고문을 향해 "급진적", "당의 좌경화를 막겠다"고 공격한 것이 보혁 대결의 첫 신호였다.
여기에 김종필(JP) 자민련 총재도 "보혁구도로 가면 나쁠 게 없다"며 선거판을 보혁구도로 짜여지길 내심 반기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이날 색깔발언은 이러한 보혁대결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 전 총재가 대선 출정식의 키워드를 좌파적 정권 비판으로 삼은 것은 향후 대선전략의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색깔공세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전 총재가 색깔공세의 선점을 통해 당내 보수파 리더로 경선출마 뜻을 굳힌 최병렬 의원의 지지기반인 보수파를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포석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한 초청강연회에서도 "볼셰비키 혁명과 나치 출현 등은 당시 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이 바탕이 됐으나 방향을 잘못 잡아 인류를 고통과 파괴로 가져다 줬다"며 "변화의 방향과 바람이 제대로 가도록 국민이 감시 견제해야 한다"며 색깔론을 예고한 바 있다.
이 전 총재의 색깔공세는 노 고문에 대한 견제적 성격도 강하다. 이 전 총재측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결과 노 고문이 후보로 당선될 경우 영남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노 고문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노 고문을 향해 자질론과 색깔론 등으로 '노풍'의 거품을 빼겠다는 시나리오다.
■ 민주당ㆍ청와대 색깔론 차단 고심
민주당이 이 전 총재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으로 "시대착오적 망언으로 대통령 후보 자질에 결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집중 성토한 것도 이 전 총재의 노풍꺾기 속셈을 되받아 치려는 맥락이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도 "구시대적인 색깔논쟁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 색깔론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계속되는 보혁논쟁과 색깔론 차단에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민주당과 청와대가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