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K공백 현대차] <중> 노조, 또 하나의 경영자로 태어나라

"집안싸움 그만" 살길찾기 나서야<br>검찰수사 한창 진행중에도 임금 인상 요구 '눈총'<br>도요타 매년 사상최대 수익 불구 임금 동결 '대조'<br>위기땐 '노조=기업의 또 다른 책임자' 의식 절실



[MK공백 현대차] 노조, 또 하나의 경영자로 태어나라 "집안싸움 그만" 살길찾기 나서야검찰수사 한창 진행중에도 임금 인상 요구 '눈총'도요타 매년 사상최대 수익 불구 임금 동결 '대조'위기땐 '노조=기업의 또 다른 책임자' 의식 절실 관련기사 • 현대차 양재동 사옥 매입의혹 규명되나 • '현대차 비리' 정대근 농협회장 체포 • 정대근 회장 체포 농협에 '충격파' “남들은 우리를 도와주려고 난리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겠는가.” 현대차의 한 직원이 최근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집안싸움 나중에 하고 리더인 총수를 구하자’는 제목의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현대차 사태로 어려운) 현 시점에서 경영자와 원수지간이 되어 너 죽기 아니면 나 살기 식으로 하는 노동조합 운동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최근 노조의 행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1,000여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어용 아니냐” “일리 있는 말이다”는 찬반양론으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 글 역시 최근 회사가 엄청난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직원들의 위기감을 새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노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게시판 소동이 발생한 며칠 후 노조는 정몽구 회장의 구명을 위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한 노조원(작업반장)들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포기한 행동”이라며 제명 등의 징계조치를 내렸다. 징계를 당한 당사자들은 “사원으로서 회사를 위해 당연히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사원의 도리’는 ‘노조원의 도리’에 파묻힌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노사 경쟁력’”이라며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이은 총수 구속으로 글로벌 경영마저 올스톱 위기에 처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 말이 더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노력, GM의 교훈’=일본 도요타는 지난 2003년 일본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정작 더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도요타 노조는 당시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생산성 향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기본급 동결과 보너스 삭감에 전격 합의했다. 도요타 노조는 이후에도 회사가 매년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미래 자동차시장에 대한 투자” 등을 이유로 선뜻 임금을 동결했다. 도요타가 오늘날 세계 최강의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것도 따지고 보면 56년 무파업으로 대변되는 이 같은 노조 측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글로벌 시장을 주름 잡았던 미국의 GM은 같은 기간 노조의 요구에 따라 연간 56억달러를 복지비용으로 쏟아부었고 판매실적과는 상관없이 공장가동률을 80%로 유지했다. 종업원을 해고할 때 역시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하며 후한 인심을 썼다. GM는 결국 지난해 무려 8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고 급기야 사측이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들어가면서 종업원들은 언제 해고통지서가 날아올지 몰라 밤잠을 설치는 처지가 됐다.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의 길로 접어들면 저절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 과실은 다시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향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들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사화합이 첨단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 못지않게 중요한 회사의 자산”이라며 “현대차 노사는 노조의 단기적 이익요구에 굴복한 미국과 미래를 공유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오늘날 ‘명암’을 면밀하게 되새기면서 현명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안싸움 끝내고 살길 찾기 나서라”=“밖에서는 경영진이든 노조든 모두가 ‘현대차’라는 한 몸으로 바라본다. 회사는 역주행 위기에 처해 있는데 노조는 고임금 요구에다 걸핏하면 생산라인을 멈춘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모두가 공멸하는 위험한 선택일 뿐이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 현대차 노조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2~4월에 걸쳐 총 4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빚어진 생산손실만 2만6,009대. 금액으로 따지면 3,611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파업의 이유도 직접적인 회사경영과는 상관없는 비정규직 법안 상정 반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지침이 전부였다. 정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전년 대비 9.1% 올려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점도 시점이지만 요구 수준(지난해 인상 요구안 8.48%) 역시 외부의 눈총을 사기 십상이다. 회사 측이 연초부터 환율과 고유가 등 대외 악재로 인해 관리직 임금을 동결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지만 이를 마치 ‘남의 일’처럼 여기는 형국이다. 류기정 경총 기획본부장은 “현대차가 현 시점에서 대외의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면서 다시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위기에 처해 있는 현대차 노조는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패자’가 아닌 ‘승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인지 깊이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고용보장과 고임금은 기본적으로 ‘강한 노조’가 아닌 ‘시장과 고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상시라면 모르지만 지금 같은 최악의 위기상황에서는 ‘노조=기업의 또 다른 책임자’란 의식 아래 스스로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입력시간 : 2006/05/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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