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중국기업 상장인가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관계당국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돼왔던 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논의 중인 내용은 자칫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증권선물거래소ㆍ증권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은 지난달 24일 외국기업 국내 상장 유치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차원의 모임을 가졌다. 주 내용은 상장 전 특수관계인의 지분변동 완화와 풋백옵션의 완화 또는 폐지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정 기업의 ‘최대주주 등 5% 이상 주주’는 상장 1년 전부터 지분변동이 금지돼 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의 배우자, 친ㆍ인척, 회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변동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 규정이 상장 전 지분변동을 제한하는 이유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최대주주의 배우자와 친ㆍ인척이 상장을 앞두고 지분을 취득,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또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정을 검토하는 이유는 이 제도로 인해 중국기업의 상장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로 상장된 기업의 주식이 한달 이내에 90% 밑으로 떨어지면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가격의 90% 가격으로 인수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도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 중이다. 공모가격을 높게 책정할 경우 인수회사가 되사들여야 할 가능성이 커지게 돼 공모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풋백옵션이 없어지면 기업은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책정할 수 있지만 피해는 개인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이 볼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가 높아지는데다 주가가 하락해도 받아줄 기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통합거래소 출범 후 중국기업 상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기업 상장은 한국증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이 우리의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단기 차익만 챙겨 떠난다면 국내 증시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기업 유치도 좋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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