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여성첫준결진출'이변'국내 최강의 여성기사인 박지은2단(16·사진)이 바둑왕전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지은은 14일 KBS본관에서 열린 제19기 KBS바둑왕전 승자조 8강전에서 윤혁2단을 186수만에 백 불계로 가볍게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바둑왕전이 속기전임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여성기사가 일반기전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기사들의 역대 최고 성적은 이영신 초단(당시)과 이지현 초단이 각각 95년 SBS 연승바둑최강전과 99년 기성전 본선에 오른 것에 불과하다. 올초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이 조훈현9단에게 국수위를 빼앗기는 했지만 루이9단은 해외파로 의미가 조금 다르다.
따라서 박지은의 선전은 남자기사들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국내 여류바둑의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박지은은 16강전에서 조훈현9단을 격추시켜 일찌감치 관심의 초점이 됐다.
조훈현은 KBS 바둑왕전에서 18년간 11회나 우승했을 정도로 속기의 달인. 한때 「바둑황제」로 불리던 그가 어떻게 10대 여성 기사에게 무너졌을까. 지난해 2월 바둑왕전에서 역시 박지은에게 일격을 당한 서봉수9단에 따르면 『집요함과 기교가 뛰어나다』는 평가. 막강한 힘까지 갖춰 별명이 「여자 유창혁」이다.
지난해에도 37승 25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초에는 초대 여류명인에 오르며 지금까지 16승 10패를 기록중. 남자기사들과 대국에서도 8승 7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4강전은 오는 28일 이상훈6단 대 윤현석5단의 승자와 7월말쯤 열릴 예정이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6/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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