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휴먼MRI 등 난치병 치료 디딤돌 기대"

과학영상 새 패러다임 '융합 바이오 이미징' 뜬다<br>초고전압 투과 전자현미경 등 보유… 기초과학硏, 7T급 휴먼 MRI 도입 추진<br>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까지 확보땐 나노·바이오 융합연구 탄력 받을듯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시료를 관찰하고 있다.

최근 융복합 연구가 과학기술계의 화두로 자리매김하면서 분석 결과를 즉시 이미지로 구현하는 '과학 영상(Science Imaging)'이 새로운 유망 융복합 연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 방법으로는 볼 수 없었던 정보를 시각화해주면서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 규명에 있어 획기적 진전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과학 영상 장비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 생명체의 작용과 질환을 연구하는 '융합 바이오 이미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태다. 과학 영상에는 바이오 이미징 장비가 활용된다. 병원용 진단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양전자단층촬영기(PET) 등이 이에 속한다. 분석 대상의 구성물질 분포를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질량분석영상(MSI), 세포의 구조물과 특정 단백질 관찰이 가능한 전자현미경도 대표적인 바이오 이미징 장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능력의 장비들로 하나의 대상물을 연구하면 한층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융합 바이오 이미징의 가치와 효용성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 확대에 돌입했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ㆍ스탠포드대ㆍ캘리포니아공대 등을 필두로 여러 바이오 이미징 장비를 한 곳에 집적시켜 놓은 생체분자영상센터가 10개소 이상 세워지고 있다. ◇휴먼 MRI로 난치병 잡는다=우리나라는 어떨까. 다행히 국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융합 바이오 이미징 연구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의 거점을 표방하는 국가 연구장비 대표기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의해서다. 현재 기초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을 위시해 9.4T(테슬라) 및 4.7T급 동물용 MRI, 동물용 PET와 CT, 형광·인광 광학영상기, 공초점 현미경, 분자영상질량분석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철현 자기공명연구부 박사는 "이중 동물용 MRI는 1.5T급이 대부분인 일반 의료용 MRI보다 3~6배 강한 고자기장을 이용한다"며 "그만큼 고해상도 영상을 이미징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장비는 동물용이어서 실험용 쥐와 같은 작은 생체를 실험할 수 있을 뿐 인체 연구에는 적용이 불가했다. 그러나 이런 한계도 곧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연이 총 150억원을 투자, 다음달 중 3T급, 내년 말까지 7T급 휴먼 MR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 박사에 의하면 휴먼 MRI의 고해상도 영상은 뇌 연구의 필수 장비로 인정 받고 있다. 죽어있거나 전처리 과정이 끝난 시료가 아닌 살아 있는 생체의 영상을 이미징할 수 있어 뇌의 혈류 흐름, 정상적 활동 여부 등의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뇌 과학 연구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박사는 "7T급 휴먼 MRI는 질병의 조기진단이나 난치병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양질의 기초자료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며 "뇌 연구 분야에서 그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영역으로의 진입도 예견된다"고 전했다. ◇나노·바이오 융합연구 인큐베이터=신규 첨단 장비의 도입은 전자현미경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기초연이 운용 중인 높이 14.5m, 중량 360톤의 HVEM은 가속전업 1.3MeV(1MeV=100만eV)를 이용해 원자 단위의 구조를 직접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을 자랑하지만 바이오 분야 연구 수요의 충분한 수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장비 자체가 바이오 보다는 재료 연구에 더 부합하도록 설계된 탓이다. 이에 기초연은 오는 2015년까지 5년간 270억원을 들여 생체 물질의 관찰ㆍ분석에 최적화된 '슈퍼 바이오 전자현미경(Super Bio-HVEM)'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맞춤형 첨단 의생물 전용 전자현미경으로써 분해능이 0.12㎚(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에 달해 나노-바이오 융합연구 및 뇌 과학 연구 등에 핵심 장비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슈퍼 바이오 전자현미경에는 생체시료를 영하 200도에서 동결, 살아 있을 때와 동일한 상태를 유지시켜 시료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크라이오(Cryo-EM) 분석기술이 채용된다. 2015년이 되면 연구자들은 특정 질환 표적 단백질의 구조 규명과 작용기전 분석, 뇌 질환 관련 신경세포 구조 분석,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의 연구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석훈 전자현미경연구부장은 "HVEM은 나노 분야의 물질 분석, 슈퍼 바이오 전자현미경은 생체물질 분석에 초점을 둔 서로 다른 활용영역을 보유한 장비"라며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의 본격 가동이 이뤄지면 나노-바이오 융합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연구성과 150여편 배출 뒷받침
■ 기초硏 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은 전자현미경은 자연광보다 10만배 이상 파장이 짧은 전자빔을 이용해 시료를 관찰한다. 볼록렌즈가 아닌 전자기 렌즈가 탑재돼 있어 시료의 영상을 최대 1,000만배까지 자유롭게 확대·관찰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특히 투과전자현미경(TEM)은 시료를 투과한 전자빔을 통해 영상을 이미징하기 때문에 시료 내부의 미세구조를 나노(㎚) 또는 원자(Å) 크기의 수준에서 볼 수 있다. 단백질 같은 작은 구조도 고해상도 이미징이 가능하다. 기초연의 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은 지난 2003년 도입 이후 국내외 대학과 기업ㆍ연구기관들의 공동연구와 분석지원 업무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성과도 잇달아 지난해 말까지 HVEM을 활용한 연구에서만 무려 150여편의 SCI급 논문이 발표됐다. 이중 네이처ㆍ사이언스 등 세계적 과학저널에 게재됐거나 인용지수(IF)가 10 이상인 우수논문도 11편이나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하대 정성윤 교수팀의 '암 치료와 암세포 위치 추적 및 결합 나노입자 개발 연구' 논문. 이 논문은 2007년 네이처 표지를 장식했다. 2008년에는 KAIST 정종경 교수팀의 '이차 전지 소재의 다중상전이 연구' 논문이 네이처 피직스에, 2009년에는 기초연 오상호 박사팀의 '재료가 작아질수록 강해지는 이유'를 규명한 논문이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이러한 세계적 연구 성과는 바로 HVEM이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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