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유 재고 12년만에 최고… 유가연동제 손질해야

국내 우유 재고가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였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7월 기준 분유 재고는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1만4,896톤까지 늘어났다. 누적된 원유(原乳) 과잉생산과 우유 소비축소로 빚어진 사태다. 수많은 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남은 우유가 넘쳐나 외부에서 임대해 사용하는 창고마저 확보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급기야 우유를 내다 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유 재고 해소를 위해 제조업체들도 소비촉진과 신제품 출시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다. 유제품 소비 위축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올 들어 8월까지 매출을 집계해보니 전체 유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여기에다 재고관리의 숨통을 열어줬던 대중국 수출길마저 막혔다.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은 인력을 축소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등 초긴축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해결 기미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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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원유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늘리는 등 노력을 쏟고 있다. 낙농가, 유가공 업체와 함께 생산량 감축 논의를 위한 회의도 이번주에 연다. 그러나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원유 생산과잉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째 반복돼왔다. 그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난리인가. 중국의 한국산 우유 수입 금지조치에 대해서도 정부는 너무 무기력했다. "한국의 흰 우유는 멸균유라 안 된다"는 황당한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었다. 중국의 비관세 장벽을 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이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는 유가연동제다.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정하는 이 제도는 공급과 수요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시스템의 걸림돌이다. 우유가 남아돌아 버려야 하는 상황에 되레 우유 가격이 오른다면 사태는 더 나빠질 뿐이다. 우유 재고 문제에 대한 대응이 더 지체된다면 낙농가, 유가공 업체 모두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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