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와 세입자와의 갈등, 조합원간의 갈등, 비상대책위의 각종 소송 등 부동산 재건축ㆍ재개발 분야는 늘 분쟁을 끼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변호사들의 수요도 많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분야를 썩 내켜 하지 않는다. 발품이 많이 드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상대해야 하는 고객들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거나 드라마ㆍ영화의 소재로도 곧잘 쓰이는 '어깨'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쫓겨나는 세입자는 물론,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조합원들이 서로 '목숨걸고' 싸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가는 '봉변' 당하기 일쑤다. 간이 큰 남자 변호사들도 기피하고 싶은 분야가 재건축ㆍ재개발 자문분야다. 그런데 최근 재건축ㆍ재개발 분야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 받는 변호사가 나왔다. 그것도 여성변호사다. 주인공은 노영희(사시 45회ㆍ42ㆍ사진) 변호사다. ◇심리전문가에서 변호사로 새로운 도전=노 변호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심리학 전문가였다. 특히 91년 대학졸업과 함께 영재교육관련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소장을 지내는 등 영재교육가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그는 전직 대통령의 손자와 유명 재벌집안의 자녀들 교육도 맡은 적이 있다. 교육방송인 EBS출연은 물론 성균관대ㆍ경희대ㆍ덕성여대 등 대학강의도 줄을 이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했다. 그런데 노 변호사는 이런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2000년 초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바로 사법시험 도전이었다. 홀몸으로도 도전하기 힘든 사법시험을 그는 첫 애를 기르면서 3년 만에 합격(2003년)했다. 사법연수원 졸업은 남들보다 늦은 2007년에야 이뤘다. 지난 10년간 저축해 놓은 돈도 이 기간에 대부분 써버렸다고 한다. 노 변호사는 "당시에는 사시를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면 더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으로 보면 영재교육 분야에서 계속 활동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들어간 돈 등 기회비용을 따지면 (변호사가 된 게) 남는 장사는 아니었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의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크게 웃었다. ◇낙천적인 성격… '여왕벌' 별명도=상대적으로 '거친' 재건축ㆍ재개발 분야에서, 더구나 여자변호사로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그는 사법연수원 후기교육 당시 재개발ㆍ재건축 분야에서 유명했던 김향훈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이 분야에 처음 눈을 뜨게 됐다. 김 변호사의 도움도 컸지만, 노 변호사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도 한몫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 냈다. 지루하지도 않고 오히려 듣는 사람이 신이 날 정도로 매사 낙천적이고 적극적이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이 아니었다면 '거칠다'는 재개발ㆍ재건축 분야에서, 그것도 3년 만에 입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늦깎이라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맏언니뻘 이었던데다, 특유의 화끈한 성격과 솔직 담백함으로 웬만한 남성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붐벼 붙여진 것이란다. 털털한 '남자 같은 성격'은 나이 많고 어려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도 주효 하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노 변호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고객들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며 "특히 소주 한잔씩 기울이면서 허심탄회한 대화까지 나누다 보니 진심을 알게 된 고객들이 주위에 입소문을 많이 내 준다"고 말했다. 특히 재개발 업무의 특성상 복잡한 절차와 절대적으로 많은 업무량은 꼼꼼하고 섬세한 여자변호사가 제격이라는 게 노 변호사의 지론이다. 노 변호사는 "재개발사업의 절차나 조합의 의결사항 등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잘 설명하려 노력하다 보니 조합으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는 것 같다"며 "요즘은 재개발 비리 탓인지 여자조합장들도 많아져 일하기에 더 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재개발ㆍ재건축 "모두 내거야" =노 변호사는 3년차다. 대형 로펌에서는 팀장급 변호사에게 일을 막 배우는 과정이겠지만, 그가 3년 만에 이룬 업적은 놀랍다. 2007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뉴타운 재개발에 있어 한 조합을 대리하면서 시작한 그는 현재까지 20~30개의 재개발 조합 자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재개발조합 등 10여 곳은 현재 자문을 진행중이다. 노 변호사는 "재개발을 직접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에게 절차나 법률을 이해 시키려던 노력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며 "요즘은 같은 지역의 조합장들을 서로 소개도 시켜주면서 조합 스스로도 재개발 사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분쟁시 사안별로 소송에도 참여하지만, 대부분은 조합하고 총괄적인 계약을 맺고 처음부터 조합이 해산때(분양성공때)까지 각종 법률리스크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재개발 조합의 결성에서부터 철거와 아파트 분양 그리고 조합청산에 이르기까지 종체적인 자문을 해 주는 것이다. 물론 맡았던 재개발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돼 난감한 경우도 겪었지만, 요즘은 거의 그런 일이 없다. "어린 시절 동대문구 이문동에 살 당시 어머니가 재개발조합 이사를 맡았던 기억이 있다. 매사 활동적이던 어머니의 모습에 향수를 느껴 지금 재개발 분야에 빠진 지도 모르겠다"는 노 변호사는 "앞으로 대한민국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대리는 모두 내가 접수하는 게 목표"라며 '여왕벌' 다운 당찬 포부를 밝혔다. She is…. ▲1968년 서울 출생 ▲1984년 대원외고 졸업 ▲1991년 덕성여대 심리학과 졸업 ▲1993년 CBS문화센터 영재교육 선임연구원 ▲1997년 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 (36기) ▲2007년 현 법무법인 율진 변호사 ▲2009년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2009년 법무부 '중소기업 법률지원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