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상선 새옹지마

현대건설 인수 실패했지만 인수자금 확보가 효자 노릇<br>현금성 자산 7437억 '여유' 신사업 추진·불황극복 도움


해운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현대상선이 참여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오히려 불황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록 현대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조달했던 자금들이 유동성 여유로 이어져 불황극복과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된 것이다. 1일 현대상선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3ㆍ4분기 말 기준으로 7,437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8,568억원을 보유하고 있던 지난해 3ㆍ4분기보다 약 13% 감소한 금액이다. 하지만 올 초부터 극심한 글로벌 해운불황이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현금 수준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 또 다른 대형 컨테이너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3ㆍ4분기 1조600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5,900억원 수준으로 현금 자산이 약 40% 이상 감소했다. 현대상선의 양호한 재무구조는 지난해부터 올 초에 걸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자산을 확보해둔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결정해 3,264억원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사채발행으로 4,500억원, 어음 5,000억원, 터미널 지분 유동화를 통한 2,0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꾸준히 확보해왔다. 특히 현대상선은 유상증자 당시 해운이 호황이던 시기적 이점을 100% 활용했다. 현대상선의 당시 발행가격은 시가에서 일부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3만2,000원. 2만5,000원인 최근 수준보다 약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컨테이너선 등 해운업계의 글로벌 경기가 지금 같은 수준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반짝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말이 유상증자 최고의 타이밍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특히 당시 확보했던 자금과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벗어난 것은 올 한해 현대그룹에 최대 호재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상선의 안정적인 현금 수준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8월 1만3,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현재 8,600TEU급이다. 머스크 등 세계 선두업체들이 1만8,000TEU급 선박을 올 초 발주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서두르는 추세에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이와 함께 최근 현대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2,755억원 반환을 포함한 3,255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채권단에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채권단과의 조정이나 협의를 통해 예상보다 빨리 이행보증금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가 약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경우 이동통신 등 신사업 추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현금 규모는 내년 지출계획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이행보증금까지 확보한다면 운영자금은 물론 신사업 추진에 쓸 수 있는 현금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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