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 '속 빈 강정'

"경영 승계 프로그램 아예 담기 어렵다" 공감대<br>이달말 발표 불구 인사권 등 빠져 실효성 논란


은행권이 '제2의 신한금융지주 사태'를 막자는 차원에서 추진했던 '지배구조내부규범'이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해당 규범은 신한금융 사태와 같은 최고경영자(CEO) 자리 다툼을 막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추진됐지만 핵심 사안인 '경영 승계프로그램'은 아예 담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2일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와 함께 지배구조내부규범 작성 작업을 거의 마무리해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은행들은 경영 승계 프로그램 공시를 내부규범에 담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모범규범은 각각 지난해 5월과 11월 개정된 은행법 및 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은행들이 오는 5월17일까지 내규에 반영, 공시해야 하는 일종의 '은행 이사회 투명화 가이드라인'이다. 모범규범 안에는 차기 은행장 후보와 관련한 '임원 성과 평가'와 '임원 및 그 후보자들에 대한 교육제도'에 관한 공시 사항을 담도록 법제화돼 있다. 주요 은행들은 해당 항목에 경영승계 프로그램 운영내용을 포함할지를 고민했지만 현재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은행 이사회가 아니라 사실상 금융지주사가 쥐고 있다"며 "따라서 은행 내규에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반영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모범규범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 중 기업ㆍ외환ㆍ수출입은행 등을 제외하면 모두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모범규범의 다른 항목들 역시 알맹이 빠진 요식 문구로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모범규준은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임원의 자격요건ㆍ권한ㆍ책임ㆍ교육ㆍ성과평가 등을 담도록 은행법 시행령에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모범규준을 작성하면 은행의 경영자율권과 독창적인 지배구조를 침해할 수 있어 이사회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세부내용 없이 공시의 '틀(공시 양식)'만을 모범규준에 담기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지배구조개선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규범은 은행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내 대부분 은행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요식적인 모범규준으로 은행 공시체계를 강화하기보다는 은행 이사회가 제대로 책임과 권한을 지도록 금융지주회사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