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주택 웃도는 대출 규모·연체율… 한은 "또 다른 뇌관" 경고

[상업용 부동산 적신호] <br>은퇴자 창업 늘자 작년 증가율 12% 육박<br>요주의여신 비율도 주택대출의 무려 3배<br>LTV규제 안받아 부동산값 하락에 취약

서울 명동 입구에 상업용 부동산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침체로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의 규모와 연체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DB




한국은행이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의 규모와 연체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상업용부동산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시중은행의 부실에 또 하나의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30일 '국내은행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현황 및 잠재위험 점검' 보고서에서 "상업용대출 규모가 주택담보대출에 육박하는데다 상업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 대출인 점에 비춰 앞으로 상업용대출의 건전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자영업자 증가로 상업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연체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상업용대출의 건전성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곳은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거시건전성분석국은 반기마다 금융안정보고서를 작성해 금융시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경고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별도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업용대출의 심각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반증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의 부실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계의 각 업권에서 일찌감치 예의주시했지만 상업용대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로 창업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의 상업용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뛰어넘는 상업용대출 증가세=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농협ㆍ기업은행의 상업용대출 잔액은 총 196조8,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223조8,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전체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주택담보대출의 27.2%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상업용대출은 201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증가율을 웃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1.2%에 불과했던 상업용대출 증가율은 2010년 8.0%, 2011년 11.9%로 커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3.2%에서 6.7%, 다시 8.4%로 늘어났지만 상업용대출의 급증세에는 못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으로 창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가를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1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상업용대출이 26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12조8,000억원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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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난해 정부의 가계대출종합대책(11월6일) 이후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을 적극 취급했다는 점도 상업용대출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출 규모 증가 속 건전성은 악화=문제는 상업용대출 규모가 최근 수년간 급증한 반면 건전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체율을 예로 들면 5월 말 상업용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47%포인트 오른 1.44%를 기록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0.93%를 크게 웃돌았다. 5월 말 현재 요주의여신 비율도 2.02%로 나타나며 주택담보대출 0.62%(3월 기준)의 3배를 넘어섰다.

게다가 상업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의 대출 비중이 높고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 대출이 많다는 점에서 부실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의 중ㆍ저신용 등급의 비중을 보면 상업용대출이 38.4%로 주택담보대출 29.4%를 웃돌았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취약한 구조=상업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둘 다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상업용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는 약점이 있다. 변성식 한국은행 조기경보팀 차장은 "상업용대출의 경우 LTV가 높게 적용되는 기업대출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다 LTV 규제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높은 LTV 대출이 많아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업용대출의 경우 LTV 70%를 초과하는 대출이 18.5%에 이르지만 주택담보대출은 2.5%에 그친다. 반면 LTV 50% 이하 대출 비중은 주택담보대출이 48.3%로 상업용대출 40.6%를 웃돌았다.

김 차장은 "올 들어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경매 낙찰가율도 낮아지는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터라 상업용대출과 같은 취약 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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