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출 1조대 벤처 100여개 육성 목표"

이근경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소 벤처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와 코스닥시장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도 자금난에 몰려 날개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하는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쓰러져 가는 '한국벤처호'의 등대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단순한 보증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훨씬 뛰어 넘어 정부 벤처정책의 첨병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벤처캐피털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관련기사 균형감각·미래지향적 사고 '장점' 금융·세제 두루거친 정통관료 출신 기술신보 이근경 이사장은 벤처의 앞날에 대해 "벤처현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품질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만나면서 국내 벤처산업의 미래성장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매출액 1조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100개 가량을 창출해 국내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4월 부임한 이후 벤처기업들의 버팀목 역할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 이사장을 만나 국내 벤처산업의 현주소와 활성화 방안을 들어봤다. -올초 기술신보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 보증제도를 도입해 자금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원현황과 앞으로 추진계획은 어떻습니까. ▲ 시행 초기 전환가격 산정 등을 둘러싸고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정비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된 상태입니다. 원화 프라이머리 CBO는 모두 4차례에 걸쳐 880개 기업에 1조6,000억원이 지원됐습니다. 엄격한 기술심사와 신용등급을 적용해 선정과정의 공정성을 높였습니다. 앞으로 기술신보는 벤처기업의 해외자본 유치와 수출증대를 위해 외화 프라이머리 CBO 보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수출기업을 위해 기금 자체적으로도 벤처기업에 대해 3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내년초까지 모두 6억달러를 지원하게 됩니다. -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늘어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3년뒤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리스크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 좋은 지적입니다. 프라이머리 CBO 제도의 성공관건은 사후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산관리회사와 사후관리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CB(전환사채) 발행기업의 신용상태에 따라 이를 등급화하고 매월 신용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신보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출지원 프라이머리 CBO의 경우 중기청이 후순위채를 인수하기 때문에 기금손실은 없으며 6억달러 외화 프라이머리 CBO도 자산유동화회사(SPC)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1차적으로 손실을 분담하기 때문에 기금손실은 없습니다. 프라이머리 CBO가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프라이머리 CBO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 수익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일부에서는 기술신보의 보증기업중에서도 경쟁력을 잃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합니다. 부실기업 처리방안은 어떻습니까. ▲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장성과 사업성은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 실패, 일시적인 자금부족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벤처기업을 위해 채무재조정을 통해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의례 대기업집단을 연상하지만 중소벤처기업중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채권기관이 기업내용을 실사하고 회사채 상환연기, 신규자금지원,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통해 우수 벤처기업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것입니다. 현재 구조조정전문기관, 회계법인, 대형 벤처캐피털들과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대상기업으로 40개 기업을 선정해 곧 실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채무재조정을 통해 부실 벤처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신선하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뛰어난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물론입니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기술력입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장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추가적인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의 기술로열티를 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만들고 이를 통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술로열티 유동화증권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해외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매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로열티는 몇 년에 걸쳐 벤처기업에 들어오기 때문에 당장 자금을 마련해 추가적인 기술개발에 나서는 벤처기업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술로열티 유동화증권이 도입되면 벤처기업은 기술로열티로 바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 기술개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들의 고충을 훤히 알고 계시군요.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벤처기업 대표들과 자주 간담회를 갖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간담회 성과는 어떤가요. ▲ 벤처현장을 모르고 정책을 수립할 수는 없습니다.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등록에 비용과 시간 등 필요 이상의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증권회사, 회계법인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술신보가 추천한 우수기술 기업에 대해서는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고 등록비용, 주간사 수수료 등 각종 비용도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증권업협회와 기술평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술평가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패션기업의 경우 고부가ㆍ고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현재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패션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벤처기업화하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평소 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해외자본 유치 및 미국 나스닥 등 해외시장 상장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어떤 지원책이 있는지요. ▲ 국내 우수 벤처기업을 해외 벤처캐피털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달중 KOTRA와 함께 우수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수출ㆍ투자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 외화 프라이머리 CBO와 관련해 국제금융공사(IFC)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유동성위험이나 국가위험을 보완토록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매각되는 채권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 이상으로 받아 벤처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벤처기업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꾀할 수 있습니다. -기술신보가 국내외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통해 벤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보증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기술신보의 부실채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실방지와 부실채권 회수책은 어떤가요. ▲ 좋은 지적입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이후 보증사고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증이후 3개월 이내 사고가 나는 단기사고가 문제입니다. 보증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염려도 있지만 단기사고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할 생각입니다. 또 현금흐름 등 단기지급능력 검토를 통한 보증실질검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할 것이며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업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와 경영자의 법적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해외채무자 관리를 위해 출입국 관리사무소 등과 협조해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 법무법인과 협약을 맺어 국내 법원의 명령으로 해외에서 가압류할 수 있는 장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군요. 무엇보다 벤처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술평가가 객관화되어야 하고 창업촉진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습니다. 올해안에 기술평가사 자격인증제도를 통해 60명 가량의 기술평가사를 양성할 것이며 교수, 전문연구인력 등을 통한 기술평가 아웃소싱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기술평가 건수는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1만1,0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와 함께 창업지원은 올들어 8월말 현재 창업초기 기업 9,700여개를 발굴해 모두 3조3,000억원을 지원한 상태입니다. 재무 등 금융업무가 약한 벤처기업을 위해 50대 금융퇴직인력을 중소벤처기업에 취업알선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술신보의 업무량이 크게 늘면서 서비스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영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 보증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이 보증 및 기술평가 등을 인터넷으로 상담하거나 신청하도록 하는 사이버 보증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신청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보증신청 및 서류심사, 기업실사, CEO 면담, 보증결정 등에 대한 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금융기관으로서는 드물게 임직원 행동강령을 제정해 깨끗한 보증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대담: 최성범 성장기업부장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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