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애틀랜타 ABA 회의 연설…6월 FOMC 가늠자로 주목

"만병통치 아니다" QE3 기대 낮춰<br>"美경제 역풍에 직면…경기부양 기조 유지<br>회복속도 느리지만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

7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시장은 이날 오후 애틀랜타 전미은행가협회(ABA) 주최 국제회의에서 예정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이달 중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2)가 종료됨에 따라 버냉키 의장의 입을 통해 FRB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던진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의 경기회복속도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점과 QE2 종료 이후에도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일각에서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밝힘으로써 FRB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를 낮추고자 했다.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이번 연설이 제2차 양적완화를 종료하게 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축소판이라고 해석했다. 전환점에 놓인 FRB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버냉키 의장이 시장과 교감했다는 의미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는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와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주택버블 붕괴에서 빠져나오고 있으며 일본 대지진 여파, 상품시장의 압박 등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이어 "고용상황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고용창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까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기회복이 이뤄졌다고 간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고유가, 일본 지진 영향 등 일시적인 요인들이 사라질 하반기에는 성장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견해는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움츠러들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올 들어 5개월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점을 감안해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경제 성장 전망을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2.6%로 지난해 2.8%에 비해 떨어지고 2013년까지 3%를 밑도는 저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성장률 역시 지난해 3.8%에서 3.2%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FRB의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QE2가 종료되더라도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으며 따라서 부양적 통화정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의 시행이 당분간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과도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물가 급등이 우려되지만 이 역시 일시적 현상이며 낮은 임금상승률과 안정된 기대 인플레이션율 등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피력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FRB가 3차 양적완화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추가 경기부양 조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FRB는 6월 말로 종료되는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별도의 부양조치 없이 시중의 전체 유동성 규모를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뉴욕증시는 이날 막판까지 89포인트 상승하고 있었지만 버냉키 의장의 연설이 시작되자 내림세로 돌아서 19.15포인트(0.2%) 떨어지며 5일 연속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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