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캐나다 FTA 타결] 자동차 얻고 쇠고기 양보… GDP 17조달러 북미권 FTA로 묶어

쇠고기 15년간 단계적 관세철폐… 2030년 완전개방

車관세 즉시철폐 못 얻어내 당장 큰 효과는 힘들어

농산물 282개 양허제외 미·EU와 FTA보다 보수적


타결까지 무려 8년8개월이 걸렸다는 점이 말해주듯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여정은 지난했다. 자동차 등 공산품과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시장 개방을 놓고 양측은 팽팽한 협상을 벌였고 결국 우리나라는 12번째 FTA 타결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캐나다와의 FTA 타결로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캐나다를 아우르는 국내총생산(GDP) 17조달러 규모의 북미 대륙을 FTA 권역으로 묶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가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경합지인 북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캐나다로 수출된 자동차는 총 13만3,000여대(22억3,000만달러).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 등에서 공급되는 물량까지 합하면 캐나다 시장에서 한국차의 점유율은 12%(약 22만대)를 차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FTA 협상 타결로 80%에 달하는 일본 및 미국 차의 캐나다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뺏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호주에 이어 캐나다에까지 우리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농축산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만큼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2030년쯤에는 우리 축산업계가 바람막이 하나 없는 완전 개방 시장에 놓이게 된다.

◇자동차가 최대 수혜 품목…'2년 뒤 관세 철폐'는 아쉬운 대목=자동차는 가장 수혜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캐나다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22억2,7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2.8%다. 수출물량은 13만3,000대로 미국(75만7,000대), 사우디아라비아(19만6,000대), 러시아(14만3,000대), 호주(13만6,000대)에 이어 다섯 번째다. 캐나다는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 6.1%를 발효 시점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FTA가 내년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17년에는 한국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캐나다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2년 뒤에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일본 및 유럽산 자동차보다 우위에 서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미국·멕시코산 자동차와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관세의 즉시 철폐'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호주와 타결된 FTA에서 우리 정부는 최초로 주력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라는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캐나다 FTA 협상에서도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수출의 40%가 넘는 자동차 관세는 발효 후 24개월 만에 철폐되는 것으로 최종 합의돼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호주와 캐나다에 동일하게 쇠고기 시장을 개방(15년 철폐)했음에도 자동차 시장 개방 성과는 동일하게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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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호주는 자동차 제조업 시장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데 반해 캐나다는 여전히 고용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차가 무관세로 밀려오는 것에 대한 캐나다 재계의 반발이 남아 있어 협상이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관세율 6%, 즉시~3년 이내 철폐), 타이어(7%, 5년 철폐)도 점진적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냉장고(6%, 3년 철폐), 세탁기(8%, 즉시 철폐) 등 가전제품의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다만 우리 수출 2위 품목인 휴대폰의 경우 이미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어 이번 FTA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시장 전격 개방…타격 불가피할 듯=캐나다와의 FTA 협상에서 전체 농산물 중 18.8%(품목 수 282개)를 양허제외하거나 10년 초과 장기철폐 등으로 보호했다.

한미(12.3%)나 한·유럽연합(EU)에 비해 보수적인 시장 개방이라는 것이 통상 당국의 설명이다. 주요 농산물 가운데 쌀·분유·치즈·감귤·인삼 등 211개 품목은 양허제외했고 꿀·대두·맥아·보리 등 11개 품목에는 저율관세할당(TRQ)을 부여했다.

다만 쇠고기 관세(40%)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으며 돼지고기(22,5%~25%)도 5년 또는 13년 철폐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했다. 이는 미국이나 호주와의 FTA와 비슷한 수준의 개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축산물 시장을 중심으로 캐나다의 한국 시장 공습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지난 2009년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이 1% 내외로 추락했지만 2000년에는 8%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최경림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우리와 FTA를 체결하지 못할 경우 우리 수입육 시장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과 캐나다 FTA의 발효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수입 쇠고기 간에도 몇 년간은 꾸준히 관세율에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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