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순수 국내 투자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그동안 외국계 은행이 독점했던 ‘주식 파생상품 북(book)’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식 파생상품 북은 JP모건이나 도이체방크ㆍ바클레이즈 등 외국계 은행들이 독점하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은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이 북을 빌려 사용해왔다. 우리은행이 주식 파생상품 북을 먼저 선보였지만 이는 매쿼리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됐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자체 북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식 파생상품 북은 주가지수에 연계한 파생상품거래를 위한 일종의 장부로 주가연계예금(ELD)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복합금융상품에는 반드시 편입해야 하는 첨단 금융상품 기법이다. 국민은행이 북 개발에 착수한 것은 올해 초. 강정원 행장 취임과 함께 발족한 파생상품사업단 내에 별도의 금융공학 데스크를 만들고 북 트레이더와 법률ㆍ회계 등 구조화 전문인력부터 회계ㆍ신탁 분야 등의 전문가를 집중 배치했다. 1년에 가까운 개발기간 동안 시스템 정비를 완료하고 북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문일수 국민은행 파생상품사업단장은 “주식 파생상품 북 개발이 완료되면 고객의 니즈(needs)에 맞는 상품을 보다 쉽게 보급할 수 있고 기존 북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올들어 3조원이 넘게 판매한 리더스정기예금 시리즈가 대표적인 파생상품 자체 운용의 수혜상품. 이 정도 규모의 상품에 편입되는 파생상품 북의 규모는 1~2년 내 단일 파생상품 북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의 분석이다. 최영한 국민은행 부행장은 “주식 파생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고객들에게 보다 유리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파생상품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고의 금융공학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산학협동 연구계약을 체결해 모델링 리스크 최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최대 파생상품 딜링룸을 만들고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금융공학 석사 6명, 수학 석사, 영국 웨일즈대 출신 법률 전문가 등 최고 인력을 배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최 부행장은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는 전세계에서도 두 번째로 많다”면서 “주식파생상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