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30일] 외환銀 매매계약, 왜 런던서 했나

지난 25일 런던 시내 그로버너 호텔.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과 론스타의 존 그레리켄 회장이 만나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사는 쪽도 한국이고 매각은행도 한국에 있는데 론스타는 왜 매각 계약을 런던에서 체결했을까. 그레이켄 회장이 과거 한국에서 검찰 수사와 출금조치를 당한 적이 있어 아예 한국에 오기를 싫어한다는 의견과 국민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세무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무엇보다 세금회피를 위한 고도의 노림수가 있다는 판단이다. 론스타는 펀드다. 특히 외환은행에 투자한 주체는 벨기에에 설립된 론스타의 페이퍼컴퍼니다. 한국과 벨기에는 양국의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유가증권 투자를 통한 수익을 올려도 한국이 과세하지 못하게 돼있다. 결국 론스타의 논리는 외환은행 인수주체는 벨기에 법인이고 외환은행 매매차익은 유가증권 투자 수익이므로 한국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국세청 의견은 다르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벨기에 법인이라고 해도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사업을 해왔다면 국내사업장으로 간주할 수 있어 조세조약에도 불구하고 일반 외국법인처럼 법인세 부과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론스타는 고정사업장 요건을 어떻게든 빠져 나가기 위해 2008년 한국의 론스타코리아 사무실을 폐쇄시켰다. 그러나 법인세법에 따르면 사무실ㆍ공장과 같은 물적 시설이 있어야만 고정사업장 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대리자가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반복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과거 론스타코리아의 스티븐 리 대표는 론스타를 대리해 한국에서 투자의사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었고 이는 당시 국세청이 론스타에 세금을 부과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국 사무실을 폐쇄한 후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협상ㆍ계약과 같은 중요한 업무를 외견상 해외에서만 수행하고 있다. 론스타의 대리인이 한국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자칫 고정사업장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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