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정부-기업 연합, 르네사스 공동 인수 추진

반도체 조달 위기에 힘 합쳐

일본 정부와 제조업체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대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를 공동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ㆍ닛산ㆍ혼다ㆍ파나소닉 등 일본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정부 산하 산업혁신기구와 공동으로 1,000억엔 이상을 출자, 르네사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산업혁신기구와 기업연합은 연내 르네사스 지분 50% 확보를 목표로 구체적인 출자방안을 수립한 뒤 조만간 르네사스 주주와 주거래은행에 제안할 예정이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KKR가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온 르네사스에 대해 일본 국내자본이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조달과 관련한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르네사스는 자동차엔진 등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로(마이콘)를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르네사스의 마이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 경쟁력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르네사스 마이콘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0%, 일본 국내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KKR가 제안금액을 5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높이고 인수계획을 구체화하자 르네사스의 '큰손' 고객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경제산업성도 자동차나 가전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 일본 제조업 경쟁력이 한층 추락할 것으로 보고 KKR에 대항하기 위한 세력규합에 앞장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산케이신문은 반도체 조달 불안과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속에 민관이 공동으로 일본 제조업 '사수'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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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와 닛산ㆍ혼다 등 수백개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르네사스 공장 피해로 반도체 공급이 중단돼 제품제조에 차질을 빚자 르네사스 공장 복구를 위해 하루에 2,500명 이상의 인력을 공동 지원한 바 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시마미네 요시키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나 가전 업체에 반도체는 일종의 '자원'"이라며 "국산(반도체)을 갖는 것이 일본경제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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