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밀려나는 저소득 전세난민… 수도권 '재건축 나비효과' 온다

이주 임박한 개포·고덕 4개 단지 전월세 보증금 평균 7,500만원대

서울은 값싼 반지하까지 씨 말라… 경기도 연립·다세대로 눈 돌려

저가주택 전셋값 상승 부추길 것

저소득층 세입자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개포·고덕지구의 재건축 이주가 잇따르면서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아 다음달부터 이주가 시작되는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전경. /서울경제DB



"고덕지구에서 전세는 반지하까지도 씨가 말랐습니다. 경기도 하남도 미리 움직인 이주자들이 전셋집을 선점해 지금은 남양주·광주 쪽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고덕지구 C공인 대표)

"재건축이 늦은 단지는 전세금을 수천만원씩 올려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세입자들에게 성남·안양 지역을 서둘러 알아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개포지구 K공인 대표)


서울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고덕·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저가 주택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단지 세입자의 전·월세 보증금으로는 서울에서 전·월셋집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 가뭄에 시달리는 수도권에서 이주민들이 기존 세입자를 밀어내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강동구 고덕지구 및 강남구 개포지구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줄줄이 시작되면서 인근 경기도 지역의 전·월셋집을 알아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고덕주공 4단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주를 시작했고 고덕주공 2단지와 개포주공 2단지는 다음달부터 이주가 시작된다.

개포·고덕지구는 서울에 거주하려는 저소득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다. 학군과 자연환경이 좋고 소형 위주인데다 재건축이 진행 중이라 주거비가 저렴해서다. 이 때문에 목돈이 없는 노부부·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취학아동이 있는 가정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들 지구에서 이주를 시작했거나 이주가 임박한 4개 단지의 지난 2년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월세 보증금은 평균 7,565만원에 불과했다. 개포지구에서 유일하게 60㎡(이하 전용면적) 이상 주택형이 520가구 있는 2단지의 보증금이 1억2,22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고덕2단지 7,283만원 △고덕4단지 6,385만원 △개포시영 5,209만원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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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1~2분위 주택 자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소득 1분위와 2분위가 거주 주택에 들인 자금은 각각 평균 5,339만원, 8,124만원이었다.

이 정도 자금은 서울의 아파트는 물론이고 연립·다세대주택 전셋값의 절반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2,135만원, 연립·다세대는 1억4,711만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셋값 때문에 저소득 세입자들이 개포·고덕지구로 유입됐지만 이들은 이제 이 지역에서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건축이 늦은 단지는 전셋집 부족으로 최근 두세 달 사이 전셋값이 수천만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개포주공 1단지 52㎡는 지난해 1·4분기 최고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현재는 전세 호가가 2억2,000만원까지 뛰었다.

개포·고덕지구 세입자들이 경기도, 특히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경기도의 지난달 평균 전셋값은 △아파트 1억8,498만원 △연립·다세대 8,024만원이다. 하남·구리·성남·안양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투룸 연립·다세대 전셋값은 7,000만~1억5,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도의 연립·다세대 전세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하남의 W공인 대표는 "가뜩이나 전셋집이 부족한데 최근 고덕지구 이주 수요가 유입되면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지난주 하남시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전주보다 0.8%포인트 상승한 0.13%를 기록했다.

현재 개포지구는 거주민의 84%(강남구 추산)가 세입자이며 고덕지구는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비율대로라면 총 1만6,000여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된다. 수도권 저가 주택의 전·월셋값 상승이 우려되는 이유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개포·고덕지구 세입자들은 1,000가구 이상 중대형 규모의 입주 단지를 노리거나 매매가 되지 않아 전세로 전환한 신축 연립·다세대 위주로 발 빠르게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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