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법정의 문턱이 너무 높다.법원경매가 부동산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매장을 찾고 있지만 경매행정은 여전히 서비스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7일 법원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97년 한해동안 2만5,200건에 달하던 서울지역 경매건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원년인 98년에 3만2,450건으로 30%가량 늘어났고, 새해 들어서도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매는 잘못 낙찰받으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는데도 구제절차 등을 소개하는 안내판조차 없고, 직원들에게 물으면 법무사에게 가보라는 얘기만 듣고 무시당하기가 일쑤인게 경매행정의 현주소다.
비좁은 입찰장과 불편한 서류열람,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는 그렇다치더라도 법원이 제공한 물건명세서조차 부실해 입찰자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세를 살다 법원경매로 내집을 마련하려 했던 金모씨는 법원의 물건명세서만 믿었다가 뜻밖의 피해를 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金씨는 최근 서울지방법원 경매계에서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29평형을 9,658만원의 싼값에 낙찰받았지만 큰 손실을 입게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법원의 물건명세서에는 「화재로 일부 소실」이라 적혀있었으나 나중에 현장을 확인해보니 집안이 몽땅 타버린 상태였던 것. 金씨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내 낙찰허가가 철회됐지만 보증금 1,000만원은 1개월이나 지나서야 돌려받았다. 金씨는 법원측의 부실한 현장조사자료 때문에 시간낭비는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감수해야 했다.
金씨는 『입찰이전에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게 실수였지만 법원이 제공한 물건명세서가 엉터리일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매기일이 연기돼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자동응답전화(ARS)등 서비스는 찾아 볼 수 없다.
지난해말 명예퇴직하는 바람에 상가를 경매로 마련하려 했던 朴모씨는 『경매 하루전에 경매계로 실시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지만 이해당사자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면서 『경매 당일 법원에 가서야 해당 물건의 경매기일이 연기된 것을 알았다』며 법원측의 서비스 감각 부재를 원망했다.
또 잔금을 미납할 경우 25% 고율의 이자를 물리면서도 입찰보증금(10%) 이자는 항고·재항고로 오랫동안 묶여있어도 3%에도 못미치는 것도 응찰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집값이 오름세를 타기시작한 지난해 12월초부터 개미군단까지 몰려와 입찰법정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으로는 폭증하는 경매사건을 다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