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존재목적은 집권이다. 7·30 재보선 결과를 둘러싸고 정치권, 특히 야권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재보선은 전쟁이 아니라 전투다. 2016년 총선도 전투다. 전쟁은 2017년의 대선이다.
먼 듯이 보이지만 정치권은 이미 대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여당대표 경선에서 비박인 김무성 대표가 당선된 것이 그렇다. 이는 보수층이 여권의 미래를 친박이 아닌 비박 김무성 대표에게 걸었다는 얘기다. 벌써 여권 주변에서는 중심추의 이동이 다양한 모습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야권을 봐도 이번 재보선 공천 파동의 밑바닥에는 유력한 대선후보 사이 주도권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상황을 정확히 읽고 앞으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2017년 대선 프레임으로 현재를 봐야 한다. 정치권이 대선을 목적지로 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먼저 여야의 지지도 결과를 보자. 7월 마지막주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 있어 새누리당이 43.6%, 새정치연합이 28.2%, 정의당 6.1%, 통합진보당 2.0% 등이다. 야권을 합해도 36.3%로 새누리당에 못 미친다. 하지만 대선후보 지지도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같은 회사 조사결과 박원순·문재인·안철수·손학규·안희정 등 야권 잠재후보의 지지율이 48.0%로 김무성·정몽준·김문수·남경필 등을 합한 36.7%보다 훨씬 높다. 여권이 대선에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여, 최경환노믹스로 중도층 잡기 노력
정치전략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여권 지지세력을 보통 유권자의 35%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야권은 30% 정도 보고 있다. 민주당 계열로 일컬어지는 전통야당 지지율 25%에 진보계열 지지율 5%를 합한 수치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자신의 지지기반(집토끼)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집토끼 밖의 산토끼(중도층)를 잡기 위해 여권이 왼쪽으로 야권이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경환노믹스 역시 이 같은 프레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재계는 최경환 경제팀의 등장에 따라 친기업적인 정책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뭐지?' 하는 분위기다. 임금인상·배당증대, 원화강세 용인 등 친가계, 내수활성화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최경환노믹스를 이해하면 산토끼를 잡기 위한 '중도로의 확장정책'이다. 임금인상, 배당 증대로 중산·서민층을 복원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중도층을 여권 지지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여야 연정실험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여야연정 합의의 핵심은 생활임금 도입이다. 생활임금이란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수준으로 최저임금의 130~150%다. 경기도에서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이를 지급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이렇듯 여권은 보수의 기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중도를 차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얘기하는 혁신도 여기에 초점이 있다.
야권은 더 절박하다. 집토끼 숫자도 여당보다 적기 때문에 산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대선에서 승리할 희망이 있다. 그러나 야권의 절박함이나 문제 인식은 여권에 훨씬 못 미친다. 7·30 재보선을 반성하기 위해 열린 당내 토론회에서는 '선명성과 야성'을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야당의 선명성은 독재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잘라 말했다. 선명성은 집토끼를 지키는 전략이다.
야, 선명성만 강조해선 대선승리 못해
여기에 집중해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희망이 없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 사퇴 후 몇몇 야당인사들이 안 전 대표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아직 멀었다. 여당의 혁신 움직임을 야당은 '정치쇼'라고 비난하지만 야당은 이러한 쇼조차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국민들은 현재의 야당을 '수십년 간 변하지 않는 야권 기득권집단' '자신들만의 논리에 사로잡힌 이념집단'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야당은 희망이 없다. 더 망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