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의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와 LG전자가 스마트차에 탑재될 주요 부품 개발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텔레매틱스' 부품의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모비스는 특히 텔레매틱스 분야 핵심 부품인 차량용 통신모듈을 독자적으로 제작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매틱스는 차량에 3G 혹은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통신 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 또는 안전경보, 위치추적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마트차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LG전자에서 차량용 부품 제작을 담당한 VC사업본부의 개발 인력을 영입하면서 양사간 갈등의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VC사업본부에서 10여명이 넘는 텔레매틱스 관련 개발자들이 현대모비스로 옮겨갔다.
VC사업본부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통신 모듈을 오랫동안 공급하며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량용 부품은 거의 맞춤형 제품인만큼, LG전자 내부에서는 고객과 오래 손발을 맞춰온 개발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을 달갑잖게 바라보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모양새는 LG전자와 현대차 그룹 부품 계열사들이 스마트차 개발을 위해 협조를 약속했던 지난해 초 정황과는 사뭇 다르다.
LG전자는 아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현대차 그룹이 차량용 부품 관련 최대 고객인만큼 갈등을 표면화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차량용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는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분야 외에도 공조시스템·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부품을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벤츠의 자율주행 스마트차 개발을 위한 협력 사실을 발표하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부품 관련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작년 한 해 LG전자 VC사업본부의 매출액을 전년비 20% 가까이 뛴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텔레매틱스 분야의 개발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어도 통신 모듈과 같은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텔레매틱스 분야서 성과를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휴대폰 제작과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며 축적한 '내공'이 있었다"면서 "이는 전자·통신 산업과 연관이 적었던 현대모비스가 갖지 못한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