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강의

직원연수를 할때마다 외부강사를 초빙하는데 정작 좋은 강사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고심 끝에 초빙한 강사가 강사료만 비싸지 유명무실해 별로 배울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경남은행 부점장 연수에서도 예정된 두 분의 초청강사 중 한 분을 굳이 내가 추천하겠다고 우겨 모 대학의 교수를 초빙하게 됐다. 10여년 전 그 교수의 경영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매우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보통의 강의보다 신선하게 느껴졌던 그러한 강의였다. 시중에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경영이론이나 그 방면의 숱한 저서에 식상해 있었고 또 최근의 경영상황이 그런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데 있다고 생각돼 더욱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싶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10여년이 흘렀어도 역시 그 교수의 강의는 여전히 명강의였다. 보편적 진리를 평범하게 전달하되 가슴을 울리는 깊이와 논리가 있는 수준 높은 내용이었다. 강의시간 한참 전에 도착해 조용히 연수원 마당을 산책하는 모습, 점심식사 후 바로 시작되는 강의를 염두에 두고 식사를 절반 이하로 조절하는 모습, 똑같은 강사료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굳이 그 절반을 고집하는 모습, 최고의 유명대학 원로 교수로 바쁜 일정에서도 본인을 초청한 먼 시골의 청중을 위해 거의 하루종일 걸리는 일정을 마다하지 않는 정성, 2시간의 강의에서 곁가지로 흐르지 않고 오로지 본강의에만 충실하면서도 듣는 사람을 단 1초도 지루하게 하지 않는 강의의 충실도 등등. 그분의 강의내용을 굳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벌써 그 준비에서, 그 정성에서 우리 직원들을 감복시키고도 남는 것이었다. 유명해질수록 명리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수많은 이 방면의 전철을 보면서 오로지 학문만 위하여 외길을 걸어온, 그리고 자기를 찾는 사람을 위해 강사료도 묻지 않고 먼길을 기꺼이 찾아와준 노교수의 변치 않는 모습에 나는 실로 오랜 만에 30여년 전 어느날 존경해 마지않는 어느 교수의 명강의를 듣고 가슴 가득히 감동에 젖어 캠퍼스 문을 나서던 그?의 기억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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