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도 재정협의회 1년만에 흐지부지

"수시 협의로 문제 없다" 불구 재정부, 방문 일정 못잡아<br>야당 지자체 대거 들어서자 '껄끄러워 자리 회피' 시각도

지난해 중앙정부가 정부 예산협의를 위해 지역자치단체를 직접 방문, 화제가 됐던 시ㆍ도 재정협의회가 1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지역 예산담당자들이 수시로 과천에 들러 협의를 갖는 만큼 별도의 협의회는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대거 들어선 야당 지방정부와의 예산 협의가 껄끄러워 재정부가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올해 별도의 시ㆍ도 재정협의회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협의를 위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부처들로부터 예산 요구안을 받아 심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예산담당 고위 간부들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각 자치단체 예산담당자들이 일상적으로 재정부를 방문해 수시로 고위간부들과 접촉하는 만큼 협의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열렸던 시ㆍ도 재정협의회는 중앙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편성에 앞서 지역 현장을 직접 찾는다는 취지로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광역자치단체를 돌며 개최했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기 위해 지역 공무원들이 과천을 찾는 건 부지기수지만 재정부가 직접 시ㆍ도를 찾아 예산편성 협의를 한 건 처음이라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각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지역의 현안 사업 및 개발사업에 대한 예산을 요구했고 이는 상당 부분 올해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다. 광역시의 한 예산담당 공무원은 "중앙부처에서 예산편성을 논의하러 지역에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기도 했고 지역의 주요 사업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재정부가 협의회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협의회를 하자고 먼저 나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대거 장악한 지자체를 중앙부처가 직접 찾아가 협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이상해' 재정협의회가 유야무야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남지역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이 여당 소속이었지만 지난 6ㆍ2 지방선거 이후 강원, 충청, 제주, 경남 등 상당수 주요지역 단체장으로 야당인사가 들어섰다. 가뜩이나 예산문제에 절대적인 갑(甲)의 입장인 재정부가 관계도 껄끄럽고 중앙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지역에 예산을 안겨주러(?) 방문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집행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예산을 한 푼이라도 깎는 게 급선무인 재정부가 굳이 지역까지 가 민원을 들어줄 이유가 사라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우리야 중앙에서 내려오는 돈줄이 아쉬워 바른 말을 못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또 선거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지 못했다고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게 홀대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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