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전망을 갑작스레 두 단계나 내려서 우리를 긴장케 했다. 무디스는 그 후 한국의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오는 4월15일부터 실사를 해서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 달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평가 전망을 급작스레 두 단계나 낮춘 것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국가위험도를 반영한 것이라곤 해도 전례에 비추어 지나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의회 및 유럽 국가들이 무디스를 비롯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IBC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의 신뢰도에 잇달아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들 3대 회사에 대한 감시강화 외에 청문회 까지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IMF의 게르드 하우슬러 자본시장분석국장은 지난 27일 “신용평가기관은 기업은 물론 국가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어떤 국가가 하루 만에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떨어진다면 심각한 문제”라면서 IMF가 앞으로 6개월동안 이들 신용평가회사의 운영내용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IMF측이 무리하다고 지적한 `국가신용의 두 단계 하향조정`이 무디스의 한국신용평가를 지칭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다른 신용회사 조차 무디스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혀 무관하진 않다고 여겨진다.
미국의회도 최근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이들 기관을 상대로 청문회를 실시해 2001년말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엔론사태와 관련한 신용평가회사의 직무태만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3개회사는 엔론이 부도나기 나흘 전 까지 신용등급을 유지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다.
한국의 IMF체제에 대해 전혀 사전적 경고를 하지 못한 이들 회사는 IMF사태가 터지자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5~6단계나 내렸다. 그 후 신용등급을 올리곤 있으나 아직 원상회복이 안된 상태다. 신용을 내릴 때는 횡포에 가깝게 과격하지만 올릴 때는 인색하기 그지없는 것이 이들의 속성이다.
국제신용평가 업무는 이들 3개사의 과점체제다. 1975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들 3개사를 주축으로 신용평가의 공인제도를 시행한 이후 4개의 신용평가회사가 신규 진입했으나 결국 기존회사에 흡수합병 돼 원상복귀하고 말았다. 최근 카나다의 도미니온 본드 레이팅 서비스사가 SEC의 공인을 얻은 4번째의 회사가 됐으나 이것으로 국제신용평가분야에 경쟁체제가 확립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는 4월에 있을 무디스의 한국신용평가실사는 우리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