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이어져온 노사정의 비정규직 법안 협상이 마지막 시한인 지난 2일 밤 끝내 무산됐다. 비정규직 법안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노동계의 임단협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다음 국회 처리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타협의 실패로 비정규직 법안의 장기표류와 노사정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법안을 다음 국회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경재 환노위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 실패로 비정규직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며 “노사정 대표자들을 이달 중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의 가능성이 보일 경우 이달 말이나 오는 6월 초에 대표자대화를 다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국회 차원의 협상재개 의사를 밝히고 전날 회의에서 노사정 실무진들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지만 재협상을 둘러싼 이견이 팽팽해 협상전망은 불투명하다. 노동계는 지난 11차례의 협상과정에서 도출된 합의안을 기초로 추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경영계는 다시 대화를 갖더라도 타결 가능성이 낮다며 재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부분적 합의에 이른 것은 소중한 성과로 남기고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계속 논의해나가자”고 주장했다. 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기간제 근로에 대한 쟁점을 제외하고는 노사가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라며 “대표자회의를 통해 일괄타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법안 쟁점을 구체적으로 보면 의견접근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국회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다시 열어 합의를 시도하더라도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도 “실무협상에서 제대로 합의된 것이 없는데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연다 해도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며 회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노동부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일명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 법안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며 로드맵을 비롯한 다른 현안들을 뒤로 미루자는 방침이어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개시기와 논의 의제 등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노사정간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