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사회
사회일반
"일 고되지만 동료들과 부대끼니 살맛나요"
입력2010.10.22 18:05:18
수정
2010.10.22 18:05:18
노조전임자서 현장 복귀 현대重 박진열씨<br>조합원들이 주는 월급 받을수 없어 컴백 결심<br>일하면서도 노조 업무 충분히 가능하단 생각<br>"매일 정시 출·퇴근하니 아내가 가장 좋아해요"
| 노조전임으로 일하다 지난 7월1일 현장으로 돌아온 현대중공업의 박진열씨가 대조립1부에서 선박부품을 나르고 있다. |
|
"(노조) 전임 때보다 육체적으로는 훨씬 힘들지만 현장에서 동료들과 비지땀을 흘리며 같이 호흡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지난 3년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조직부장으로 근무했던 박진열(42)씨는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시행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자구책 마련에 나서자 고심 끝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타임오프 시행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 전임자 55명 중 박씨처럼 현업으로 복귀한 노조 전임자는 25명이다.
박씨는 "노조 전임을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 현장 복귀를 결정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는 없다"며 "월급도 현재 작업장에서는 잔업이 없어 전임자 때보다 적잖이 줄었지만 결코 섭섭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 전임으로 근무할 당시 조직부장이었던 박씨는 노조원들을 매일 현장에서 만나고 퇴근 후면 회사 근처 삼겹살집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스킨십을 하는 게 일과였다. 노조원들의 바닥 여론을 파악해 집행부에 전달하는 게 임무였다. 맡은 일이 중요했던 만큼 버티면(?) 전임자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노조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요청했다.
박씨의 현장복귀 선언 이후 당시 현장 복귀문제로 어수선하던 노조집행부 내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박씨는 "당시 노조집행부에서는 누구나 때가 되면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날이 올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였다"며 "이후 서로가 앞장서 현장복귀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지난 7월1일 현대중공업 노조 전임을 그만둔 박씨는 간단한 안전교육을 이수한 뒤 현장에 복귀했다.
박씨가 현장에서 배속된 곳은 '대조립 1부'. 여러 공장에서 제작 중인 선박 부품 가운데 결손이 있거나 부족한 부품들을 일일이 체크해 해당 공장에 가져다주는 일을 맡고 있다.
박씨의 현장 반장은 노조집행부의 부위원장이다. 노조집행부의 핵심 인물 두 명이 나란히 같은 현장에서 일과 노조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박씨는 "전임자가 축소되면 결국은 노조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전임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힘들게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자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과 호흡한다면 전임 때 못지않게 조직부장 업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또 "현장에 복귀한 전임자 대다수가 현장 복귀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며 "저를 포함한 그들 모두가 이제는 현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전임을 그만두고 현장에 복귀하니 아내가 가장 좋아하고 있다"며 "전임 때는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조합원들을 만나고 대소사를 챙기느라 가족들과 몇 년 동안 외식 한번 못했는데 지금은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하니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건강한 미소를 지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