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쟁력키우기 명분…재계 운신폭 커진다

■ 정부, 출자제한 완화 배경·전망정부가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예외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현실성 결여를 주장하는 재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재벌개혁의 강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은 '동반자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기업에 대한 개혁의 목적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을 감안할 때 대기업이 제대로 힘을 쓰는 환경을 만들어 대외경쟁력 회복을 앞당기는 것도 개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1년을 남겨두고 전경련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개혁정책에 실력으로 반발하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어 정책당국과 재계의 합리적인 타협점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재벌개혁은 윈-윈 프로그램=국민의 정부 들어 재벌개혁을 둘러싼 정부-기업간 시민단체-기업- 정부간 줄다리기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기업들은 규제를 대폭 완화해줘야만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주장이었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기업들의 회계투명성과 경영의 책임성,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언뜻 보면 정반대되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기업들이나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한곳으로 이어진다. 경쟁력 강화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선단식 경영과 같은 구식 전략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정책 당국자들은 개혁 프로그램이 완성될 경우 회계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개선돼 제 값을 못 받고 있는 재벌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명을 벗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개혁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정부와 재계 등 이해집단간 의견차이를 수렴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 풀어달라=최근 들어 재계는 규제완화에 대한 목청을 크게 높이고 있다. 마치 때를 만난 듯한 모습이다. 전경련은 지난 19일 결합재무제표제도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자산 5조원 이상의 그룹으로 대상을 축소해줄 것을 건의했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의 출자규제 예외범위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며 조정을 요구했다. 재계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는 재계의 주장을 일부 반영하기로 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는 재계의 로비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시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경제현안 국민적 합의가 시급=운신의 폭을 최대한 늘려달라는 재계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중단 없는 개혁 추진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4ㆍ19 혁명기념도서관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 4년 평가토론회'를 갖고 금융구조조정을 가속시키고 재벌개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해집단간 의견 대립은 정치권은 물론 경제부처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최근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부 정책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 회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해상충은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불신을 낳아 결국에는 경제회복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의지와 자신감, 경제 주체들의 위기의식이 다시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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