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0월 6일] 美구제금융법안, 금융위기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내용의 구제금융 법안이 지난주 말 하원 통과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법안은 의회를 거치면서 1,100억달러 규모의 감세와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법안 발효로 살얼음판을 걷던 미국 및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때맞춰 유럽 4개국 정상이 긴급회담을 갖고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시장 불안심리 해소에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구제금융 법안은 위기해소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구제금융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말했다. 급한 불을 꺼 파국은 면했지만 해결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을 보면 신용경색이 이른 시일 내 풀릴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기가 해소되려면 주택경기가 바닥을 쳐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 오히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기지 부실 확대와 이로 인한 금융회사 추가 도산 등 시장불안이 한참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여기다 실물경제 침체가 위기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과 일본도 생산ㆍ판매ㆍ소비ㆍ고용 등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추세다. 신용경색 여파로 실물경제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것인데 이미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불안이 실물경제 둔화를 가져오고 이게 다시 금융불안 가중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세계경제 후퇴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게 틀림없다. 벌써부터 수출증가율 둔화, 경상수지 적자 확대, 환율불안과 외화유동성 부족 등 후유증이 가시화하고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 상황의 호전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형국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정부ㆍ기업ㆍ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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