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 리스크(Low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
위험은 줄이면서 수익을 극대화 시키는 것.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바다. 하지만 시장의 속성은 이와는 반대여서 이 같은 기업의 목적은 달성되기 힘들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선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판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공모를 앞두고 벌어지는 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마치 이를 입증하는 것 같다. 판교 PF는 판교중심상업지구 14만㎡(약 4만3,000평)에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국내 주요 건설ㆍ유통ㆍ금융사 대부분이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권을 따내려 동분서주 하고 있다.
상업시설만 연면적 33만㎡(약 10만평) 규모여서 유통사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초기 경쟁구도가 잡혔었지만 최근엔 이 같은 경쟁구도가 해체되면서 컨소시엄 구성의 마무리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땅값’때문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업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발주처인 토지공사가 땅값 배점기준을 높여 땅값만 3조원, 총 사업비가 4~5조원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사업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업계에선 이 정도로는 수익구조를 만들기가 힘들다고 보고 있다. 판교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렇다고 사업에서 손을 뗄 수도 없는 문제다.
결국 모든 사업자들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서 공모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자들은 PF사업 전체의 ‘수익 극대화’보다는 각자의‘위험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판교 PF에 접근하고 있다.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회사(SPC)에 대한 지분을 최소화하면서 시공사는 시공권, 금융사는 대출이자, 유통사는 좋은 입지를 차지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동상이몽’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PF 전문가들은 수익성 예측과 상가활성화기법 개발로 사업비 상승분을 만회해야 하는 데 업체들의 움직임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C컨소시엄 관계자도 “아무도 밭을 갈지 않으면서 서로 큰 과일을 따는 데만 혈안이 돼 있으니 일이 될 리가 없지 않나”라며 “공모전 마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짝짓기(컨소시엄 구성)조차 안됐으니 사업을 따내도 후유증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