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실로 드러난 고액권 부작용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110억7,800억원의 불법자금이 5만원권 뭉치로 발견된 것은 당초 우려됐던 고액권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무려 22만1,145장에 이르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용으로 이용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2월 여의도 개인 물류창고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 중 8억원이 5만원권이었고 건설현장 '함바집' 운영권 비리사건의 로비자금과 청목회 사건에서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전달된 돈도 5만원권이었다. 불법적인 자금과 거래에는 으레 5만원권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지난 2009년 6월 5만원권이 도입될 당시 고액권을 발행하면 불법상속이나 증여ㆍ뇌물 등 검은 거래에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가 그대로 입증됐다는 지적이다. 5만원권이 지하경제 창궐과 불법거래 등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피가 작고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자금이나 거래에 5만원권이 이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비단 불법에만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3월 현재 5만원권 유통잔액은 1만원권의 20조761억원보다 많은 20조1,076억원이나 된다. 장수로는 4억장이 넘는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5만권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탈세목적의 상속증여용으로 5만권을 모아두거나 뇌물 및 지하자금용으로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수표발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액권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설득력을 상실하게 됐다. 신용카드와 전자거래가 일반화된 지금 정상적인 거래에 현금다발이 동원될 이유가 없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크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수준에 비춰 고액권이 득보다 실이 큰 것은 예상된 일이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불쑥 5만권을 발행한 것이 문제다. 5만권이 나온 뒤 화폐가치도 알게 모르게 떨어져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5만권 발행 이후 지난 2년 동안의 득과 실을 면밀히 검토해 고액권 발행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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