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월 8일] 대만과 미국 쇠고기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광우병의 또 다른 희생자다. 그는 전국민적 저항 때문에 미국 쇠고기 수입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야 했다. 과학자들은 벌써 오래전에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대만 과학자들도 같은 결론을 내놨다. 마잉주 정부는 이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안에 서명했다. 1억2,8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을 열고 미국과 우호관계도 쌓아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지난 5일 대만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크다고 알려진 미국산 소의 머리뼈, 뇌, 내장, 갈은 고기 등의 수입ㆍ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대만인들의 성난 목소리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론에 편승한 야당의 반대도 이번 결정을 부추겼다. 마잉주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반박해보지도 않은 채 힘없이 입법기관에 공을 떠넘겼다.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면, 또 원래 입장을 고수할 생각이 있었다면 한마디 항의라도 했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과 대만의 교역관계다. 미국은 대만의 3순위 무역 파트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만 내 논란 때문에 오는 2월로 예정돼 있던 양국의 무역협정 논의도 연기됐다. 대만 경제부총리는 이처럼 일정이 늦어지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축산업이 발달한 몬태나 주, 아이오와 주의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과 척 그래즐리 공화당 의원 역시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사실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안전하다고 판명된 쇠고기조차 수입을 금지하는 마당에 무슨 금지조치인들 못 내릴 것인가. 마잉주 총통은 2008년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그랬듯, 대중의 뜻보다는 자신의 고집에 따라야 했다. 당시 한국인들은 쇠고기 문제 때문에 이 대통령을 거의 끌어내릴 태세였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마 총통이 지금 이대로 무릎을 꿇는다면 그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테고 이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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