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자의 눈] 상업적 은행의 관치(官治)학습

정경부 김영기IMF이후 은행이 가장 뼈저리게 체험한 것은 「상업적 베이스」의 경영방식이었다. 누구보다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이 이를 원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은행에게 「은행답지 못한 행동」을 요구하는 발언이 정부에서 나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난 뒤 『수출의 걸림돌인 금융기관의 높은 외환매매수수료 및 환가료를 내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鄭산자부장관은 은행장들을 상대로 몸소 「현장 관치학습」을 벌였다. 주요 금융기관장과의 「잠행 면담」이 지난 7일부터 수일동안 계속됐다. 무역흑자 달성을 위한 금융기관장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였다. 대화의 골자는 수출금융 관련 수수료 인하 요청. 사실상의 「강요」였다. 관치금융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 대통령과 수출증진을 최일선에서 지휘하는 장관이 외환위기 극복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장관을 만나고 난 이후 은행장들의 얼굴은 웬지 밝지 못하다. 『아직도 한국의 장관들은 은행장에게 한마디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줄 알고 있는 것같다』는 한 은행장의 비아냥 섞인 발언까지 이어졌다. 오늘날 은행권의 화두는 「완전경쟁에 의한 상업적 은행의 탄생」이다. 은행들이 최근 각종 수수료를 개발하는 게 국민들에게 다소 부담이 되는 면도 있지만 경쟁력강화라는 측면에선 사실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사회적합의가 이뤄진 상태. 수출금융 부분도 마찬가지 논리다. 외환매매수수료와 환가료 등은 이미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노마진에 가까울 만큼 내린 상태다. 이제 은행은 변했다. 그들은 「진정한 장사꾼」이길 바란다. 정부의 손에 길들여진 나약한 모습에서도 벗어나고 싶어한다. 선진은행으로의 도약을 소리높여 외치는 은행들이 이번에도「높은 곳」의 말 한마디에 군소리 없이 따라가는 한 진정한 경쟁력강화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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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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