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새해 설비투자 늘린다수출도 호조 지속 '투자확대 사이클 진입' 분석
경기전망의 불투명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기업 설비투자가 내년부터는 살아날 것인가.
최근 한국은행 등 주요기관이 발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측치(5.3~5.9%)나 기업경기실사지수(12월20일 한국은행 발표치 91) 등 외관상 지표를 놓고 보면 기업들이 내년도 설비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30일 발표한 200대 기업의 내년도 설비투자계획을 보면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등 거시지표나 현재 체감경기는 좋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이 기업들이 설비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미국 등 세계경기가 내년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설비가동률이 높아질 것에 대비,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 가동률의 척도인 생산조정압력지수(생산증가율-생산능력증가율)가 지난 2001년 말 0에서 올 2ㆍ4분기 20으로 상승한 후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이며 3ㆍ4분기에는 30에 이르고 있다.
올해 예상보다 수출이 높은 성장률을 띠면서 실제로 생산증가율보다 생산능력증가율의 속도가 빨라졌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설비투자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1년에 설비투자가 5.1% 감소세로 전환했고 2002년에도 보합(1.1% 추정)에 머무는 등 그동안 저조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ㆍ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은 물론 반도체ㆍ정보통신 등 IT산업 등 대부분의 주요업종이 큰 폭의 설비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투자확대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는 레저용 차량과 중대형 승용차에 대한 내수와 수출확대가 예상되면서 기존 라인의 증설이 불가피해 올해 0.1% 감소에서 내년에는 3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기계도 올해 설비과잉ㆍ수요부진 등으로 4.8% 감소했으나 내년에는 설비확장투자가 늘어나며 53.2%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다. 반도체와 전자부품은 세계 IT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통신기기ㆍ디지털가전 등 전방산업의 경기호전으로 투자확대가 예상됐다.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투자유형도 기존의 유지보수와 에너지절약 등 합리화투자 증가율은 올해 27.5%에서 6.9%로 낮아지는 반면 신제품 생산, 기존설비 확대 등 생산투자는 7.5% 감소에서 9.1% 증가로 돌아섰다.
제품생산 투자는 여전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비중은 2001년 59.8%, 2002년 54.7%에서 오는 2003년에는 54.1%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반면 장기적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2001년 8.3%, 2002년 9%, 2003년 9.7%로 늘어나고 있어 기업들이 단기수익 확대는 물론 미래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까지 경기전망에 대한 불투명으로 기업들이 내부 유보자금을 이용해 소극적으로 투자했지만 내년부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주식발행 등 직접금융과 은행차입 등을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