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31 이하 백34는 필연이다. 얼핏 보기에는 백34로 두는 것보다 우하귀를 접수하는 것이 훨씬 더 커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 백34로 이 방면을 살려놓아야 중원쪽에 갖가지 뒷맛을 노릴 수가 있다. 특별한 수단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중원의 잡힌 돌들을 흑이 모두 메워서 잡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흑41은 흑의 권리. 여기서 강동윤은 43으로 이었는데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허영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수가 현명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물론 현찰이고 뒷맛도 좋은 곳이지만 중원쪽을 백에게 허용하면 도리어 흑이 부담스럽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허영호) 최근에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허영호의 감각은 역시 절정 고수다웠다. 이세돌이 백44를 선수로 두게 되자 중원 방면에 백의 발언권이 강해졌다. 흑43은 44의 방면에 두는 것이 나았다고 한다. 백46을 보자 강동윤은 얼른 흑47로 두어 우하귀를 확실하게 지켰는데 이번에는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박정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번은 받아두는 게 나았을 텐데요."(박정상) 참고도1의 흑1로 받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실전보의 흑47로 단속한 수순은 최선이었다. 참고도1의 흑1이면 백은 2, 4로 우하귀를 살린다. 흑이 5 이하로 추궁해도(15는 13의 아래 이음) 백이 16에 꼬부리는 수로 하변의 백대마는 살게 된다. 백54는 흑더러 참고도2의 흑1에 붙여 잡아가라고 강요한 수인데 여기서 강동윤이 얼른 착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반발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