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파장] 블랙박스 넘겨 받았지만… 진상 규명 쉽지 않을 듯

계속되는 교전에 현장 조사 제약

분석해도 격추자 밝히기 어려워

서방 - 러시아 책임공방은 가열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이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MH17)의 블랙박스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넘기는 등 뒷수습 및 진상규명 작업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분석만으로는 누가 격추했는지를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며 추락 책임에 대한 서방과 러시아 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친러 반군은 몇 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조사당국에 MH17의 블랙박스를 인계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블랙박스 검사를 주도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반군이 동부지역에서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공화국의 알렉산더 보로다이 총리는 "이 블랙박스들이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여객기 격추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일 밤 희생자 298명 중 수습된 282명의 시신과 유품을 실은 냉동열차도 반군의 감독하에 동부도시 하리코프로 출발했다. 모든 시신은 네덜란드로 옮겨져 유족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라고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말했다.

관련기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1일 국제조사단의 현장접근과 조사가 전면 보장돼야 한다는 공식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진상규명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사고현장이 상당 부분 훼손된데다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계속돼 조사에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조종사들의 대화, 엔진 같은 중요한 기기의 상태를 담은 블랙박스를 분석해도 '누가 MH17을 격추했는가'라는 문제는 풀기 어렵다고 한 미국 정부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러시아와 연계한 친러 반군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서방국가에 대해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혹은 미국이 벌인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더글러스 배리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는 "사고기체 현장사진에는 부크 미사일 체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종류의 고폭탄두 폭발에서 볼 수 있는 파편의 흔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관영방송 채널원은 "신흥국의 리더격인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역시 "사고 당일 우크라이나군 전투기가 MH17을 따라 비행한 사실이 포착됐다"며 "이들이 여객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21일 주장했다.

한편 대러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22일 브뤼셀 EU 외무장관회의에서도 이견이 커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더 이상 EU 경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힘과 자원을 사용해야 할 때"라며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측근은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수준 이상의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FT에 귀띔했다. 러시아에 12억달러 규모의 상륙함을 수출할 예정인 프랑스도 러시아 경제 전반이 아닌 일부 개인으로 제재 대상을 국한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