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다. 고운 금발머리 휘날리는 여인들을 아마존 여전사로 변신시켜 사막을 누비게 하고 코흘리개 아이들 손에 장난감 대신 소총을 쥐어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무차별 살상용 화학 폭탄을 터뜨리기도 하고 상상조차 힘든 비열한 테러도 자행한다. 고상한 전투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피를 말리는 기업간 전쟁도 마찬가지다. 결국 '승자 하나만 살아 남는다'는 명제 아래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무시한 온갖 이기기 전략이 난무한다. 아름다운 전투란 건 애초에 떠올릴 수 조차 없다. 하지만 마케팅 분야 걸출한 두 교수 번 슈미트와 알렉스 시몬슨은 놀랍게도 미학적 전투를 논한다. 치열한 마케팅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서 전략적 도구로서 감히 미학을 들고 나섰다. 일선 현장 마케팅 전문가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하지만 '초우량기업의 조건'이라는 저서를 낸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가 "최근 수년간 읽은 브랜딩 서적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인 책"이라고 극찬한 점을 보면 심상치 않다. 저자들은 브랜드와 이미지에 대한 효과적인 미학적 전략ㆍ마케팅으로 기업이 이전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학적 마케팅이란 기업 브랜드ㆍ제품에 대한 감각적 경험의 마케팅을 의미한다. 즉 소비자들에게 특정 기업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감각 경험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미학적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회사 브랜드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명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면 소비자나 고객에게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저자들이 꼽은 미학적 표현 수단은 '스타일'과 '테마'다. 스타일이란 말의 이해를 위해 저자들은 예술 사학자 마이어 샤피로가 한 '개인이나 집단의 예술로서의 지속적인 형태와 요소'라는 정의를 인용하기도 한다.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들면 기업 현장에서 스타일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 진다. 저자들은 스타일을 이용해 미학을 창조하고 매력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 대표적인 회사들로 스타벅스ㆍ바디샵ㆍ캘빈클라인ㆍ앱솔루트ㆍ나이키 등을 꼽았다. 스타벅스를 보자.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동시에 세련미가 풍기는 매장 분위기와 제품 포장 등은 스타벅스의 스타일 그 자체다. "스타벅스 스타일은 추상적이며 세련되면서도 확실히 다른 제품과 구분할 수 있다. 이 스타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예술적 표현들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놀랄 만한 것이었다."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각ㆍ촉각ㆍ청각ㆍ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일이 빛을 발하려면 "브랜드의 내적 자아를 보다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테마와 결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테마란 스타일에 의미를 추가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풍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스타일 안에 기업과 제품의 전통ㆍ가치ㆍ목적을 분명히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교수답게 저자들의 책은 다분히 이론적이다. 하지만 스타벅스ㆍ몽블랑ㆍ루슨트테크놀로지ㆍ제록스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실전적인 충고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은 이론서와 실용서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미학적 마케팅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덧붙인다. "고객들이 미술을 중요시하든 않든 간에 고객들은 미학적 아이덴티티에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