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FTA·수쿠크 법안 미적미적…국회가 성장 발목 잡는다

政爭·종교갈등으로 허송세월… 정부도 추진 동력 잃고 갈팡질팡<br>시간 흐를수록 소모적 싸움 변질… '10년 경제성장' 물건너 갈수도



"다른 나라는 경쟁에서 앞서겠다고 저렇게 뛰는데 우리는 갈수록 뒤처지기만 하니…"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이슬람채권(수쿠크), 자유무역협정(FTA) 등 우리나라의 미래 살림살이를 담보할 법안 마련 작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풍부한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해(이슬람채권), 자유무역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FTA)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방안들이 국회 앞에서 '올스톱'했다. 구제역ㆍ물가폭등으로 가뜩이나 흉흉해진 민심에 측근비리까지 터지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밀어붙일 추동력을 상실했고 총선을 1년 앞둔 국회는 표 계산을 하느라 뜨거운 쟁점을 놓고 미적대고만 있다. 일각에서는 2월 국회에서 이들 쟁점과 관련, 국회가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당장의 이해관계를 넘어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상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쟁국들보다 앞서 마련한 법안들이 정작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생산적 논쟁이 아닌 소모적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런 식의 소모전만 계속된다면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성장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채권이 테러자금(?)'=지난 2009년 당시 중동의 풍부한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한 이슬람채권 도입법안은 기독교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국회에서 논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슬람채권은 율법상 이자지급을 못하기 때문에 투자수익을 임대료나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 같은 문화를 존중해주면서 투자유치를 위해 여타 외화표시채권과 동일한 혜택을 주겠다는 게 정부 취지였는데 정작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특정 종교와 관련된 채권수익을 면세하는 것은 특혜'라는 논리로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부는 곤란해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8일 "이슬람채권법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이슬람채권 시장이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우리 정부는 금융시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기독교계가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개별 의원에 대한 압박에 들어간 상황에서 법안처리는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법안을 두고 사상 유례없는 종교적 논쟁이 불거지는 데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종교계가 너무 무리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불편해 하고 있다. 영국ㆍ싱가포르ㆍ아일랜드ㆍ일본ㆍ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이슬람채권이 정작 우리나라에서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적 시각으로 배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논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도, 중동 지역 원유수입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슬람채권을 둘러싼 논쟁이 해외에 잘못 알려질 경우 자칫 우리나라가 종교적 갈등이 있는 국가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ㆍEU FTA, 유럽은 '일사천리'=한ㆍ유럽연합(EU) FTA 동의안 처리를 두고 보인 유럽의회와 우리 국회의 모습은 우리 국회의 비생산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유럽의회는 지난 17일 동의안을 승인했지만 아직 우리 국회는 걸음마도 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25일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지만 해당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는 아직 상정도 안 된 상태다. 특히 여야 간 갈등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유럽의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 처리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까지 처리되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통과시키면 된다"고 말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보다 못한 주요 경제단체들은 연달아 성명을 내고 국회 비준을 촉구했다.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여러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유럽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국보다 유리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FT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FTA 동의안이 통과되고 정부도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ㆍEU FTA는 올 7월부터 발효되므로 6월 전까지만 처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유럽의회가 이미 비준동의안 처리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우리만 별다른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우리에게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비준동의안과 함께 18개의 관련 법 개정도 처리해야 하는 만큼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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