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회복 강한 자신감 … "방아쇠 당길 일만 남았다"

■ 통화정책방향 변화…금리 7·8월께 올릴듯<br>유로존 재정위기가 이달 동결 명분 준듯<br>물가 선제대응위해 내달 전격단행 할수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월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 입장하다 열석발언권 행사를 위해 참석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가 없었더라면 5월 금통위는 근래 가장 치열한 논쟁의 자리가 됐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올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고 얘기했다. 그만큼 이날 한은이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이나 회의 후 김중수 총재의 간담회를 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은이 분석한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토대로 할 경우 금리를 올리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는 결론마저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올리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유로존의 위기가 오히려 동결의 명분을 준 것 같다는 촌평마저 나올 정도다. 금리인상의 군불을 때고 싶은 욕구가 곳곳에서 묻어난 셈이다. ◇방아쇠 당길 날만 남았다=이날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는 금리인상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분석들로 가득했다. 조심하는 눈빛이 역력했던 4월과는 기조 자체가 확 바뀐 것이다. 우선 경기진단. 지난달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표현은 이달에는 "회복세가 뚜렷한 모습"이라는 어구로 바뀌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지난달 경기회복의 마지막 확인변수로 고용과 건설의 두 축을 제시했던 김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는 "모든 변수가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4월 고용동향에서 민간의 고용회복세가 역력해진 만큼 회복의 한 축은 확인된 상황. 건설이 아직 불안하지만 이것까지 완전히 회복의 괘도에 올라설 때까지 인상시점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특히 금리결정의 핵심 변수인 인플레이션(물가)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거의 제로, 즉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거의 근접했다"며 "하반기에는 GDP 갭이 플러스가 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DP 갭은 실질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것으로 플러스가 되면 경기가 과열돼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게 된다. 한은도 이날 정책 방향에서 물가와 관련, "경기회복으로 수요 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면서 '해외(유럽) 위험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을 유일한 동결의 원인으로 내세웠다. 유로존의 위기해소 속도가 방아쇠(인상결정)를 당길 마지막 열쇠임을 얘기한 것이다. ◇6월이냐, 여름이냐=한은은 이 같은 국내외 경제상황을 함축, 이날 통화정책 방향 기조에서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라는 지난달의 문구에서 '당분간'이라는 말을 14개월 만에 삭제했다. 인상시기가 그만큼 임박했으니 경제주체들이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문제는 인상시기인데 4ㆍ4분기에서 3ㆍ4분기로 앞당겨졌다는 쪽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한은이 시기를 더욱 앞당겨 지방선거 직후인 6월에 전격적으로 올릴 것인지, 아니면 한 템포 더 쉰 뒤 여름에 올릴 것인지로 관심의 축이 바뀌는 모습마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다음달까지 유로존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기 어렵고 국내 경기도 냉해와 천안함 사태에 따른 소비실종 등으로 조금은 꺾인 만큼 2ㆍ4분기 지표를 본 뒤 7월이나 8월쯤 올리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듯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2ㆍ4분기 지표를 본 뒤 정책기조 전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리정책을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대입하면 6월에 전격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고위임원은 "3ㆍ4분기에는 전년 지표와의 기저효과 때문에 경기가 오히려 내려앉을 수 있고 이 경우 금리인상 결정이 오히려 장기화하면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차라리 6월에 올리면 이후 경기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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