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차 방한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페포성연부육종이라는 희귀암으로 투병 중인 권나영(19)양을 직접 만나 격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반 총장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자신을 꼽은 권양의 소원을 받아들여 성사됐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소원의 들어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26일 "올봄 권양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외교관인 반 총장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접수했고 이를 접한 반 총장이 흔쾌히 권양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10일 오후3시 권양이 입원해 있는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검진동을 방문한 반 총장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50분 동안 권양과 대화를 나누고 격려했다.
메이크어위시재단에 따르면 반 총장은 권양에게 장티푸스를 앓았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용기 있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병과 싸워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의 로고가 새겨진 은제 보석함을 권양에게 선물했으며 권양은 병실에서 만든 종이공예 액자를 반 총장에게 선물했다.
권양의 어머니 한순임(47)씨는 "반 총장은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자상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다"며 "딸이 그토록 보고 싶어한 반 총장과 만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나영이도 반 총장을 보니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꼭 외교관이 돼 반 총장처럼 세계 각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하더라"며 권양의 의지를 함께 전했다.
메이크어위시재단 측은 "반 총장은 병문안 사실이 알려지면 취재진이 몰려들어 권양의 치료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해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 병문안 사실을 알릴 것을 부탁했다"고 병문안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를 밝혔다.